자연주의 출산 병원을 투어하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가는 길

by 유이배

"그래 해 뭐 어때."


틈틈이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기에 남편은 어깨너머의 지식 정도는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이렇게 흔쾌히 해보라고 하는 것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주변에 자연주의 출산을 하신 분들의 100%가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단번에 오케이를 하자 도리어 내가 주춤거렸다.


"그런데 그거 되게 비싸. 조리원 비용만큼 출산에 써야 돼."


"그래도 많이 생각해보고 말한 거 같은데 웬만하면 해."


그렇다. 나도 모르게 계속 맴도는 자연주의 출산의 철학이 가진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내내 그 생각이 머리에 머물렀다. 혼자 끙끙거리는 것을 남편은 알게 모르게 지켜봐왔나 보다. 많이 생각해보고 말한 것일테니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그의 뜻이 고맙기도 하면서, 또 내심 '막상 당일에 내가 아프다고 야단법석을 부리면 얼마나 황당해할까'라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사실 통증에 대한 불안감은 초산에 비해 크지 않았다. 첫째 때 무통빨(!)을 워낙 잘 받아 이런 대범한(?)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통증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통증 가운데에서도 내 스스로와 아기를 지켜나가며 호흡하는 경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졌다.


그러나 망설여지는 지점은 솔직히 단 하나, 비용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 자연분만 비용에 비하면 너무너무 높다. 자연분만은 1인실 비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의료보험으로 커버가 되지만 자연주의 출산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대략 200~300만원 선이라고 한다. 통상의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10만원~30만원 정도의 돈이 들기에 거의 10배나 비싼 셈이 된다.


사실 언뜻 통증까지 감내하고 돈은 더 들인다는게 머리로 이해가 안 갈 수가 있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행동은 자연주의 출산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병원을 검색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거주지 주변에 딱 한 곳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 병원을 찾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이 해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이 나서 남편에게 그 병원에 투어를 가보자고 했고, 전화를 걸어 자연주의 출산 담당자와 약속을 잡았다. 약속한 날까지 수일동안 나는 신이 나서 그 병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산모들의 후기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투어 당일.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그 병원에 들어섰는데, 들어선 순간부터 '아차' 싶었다. 입구부터 연예인 누가 여기서 아이를 낳았다는 광고 기사들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연예부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경계하게 된 곳은 연예인 마케팅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연예인 마케팅은 돈만 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광고이며 대중을 현혹시키기에도 딱 좋다. 그러다보니 연예인 마케팅에 치중하는 브랜드들의 상품들은 질에 대한 투자보다는 연예인에 대한 투자에 더 몰입하는 구조로 짜여진다. 그게 더 쉽게 장사가 된다는 것을 잘 아니까.


정작 여길 내 발로 찾아온 나 역시 오로지 '돈을 절약하고자'하는 경제적 논리에 빠져있지 않았나라는 반성도 들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컨시어지의 간호사에게 '자연주의 출산 상담을 받으러 왔다'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연주의 출산 담당자가 누구야?"라고 옆 간호사에게 묻는 것을 보고는 이미 '여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뒤이어 담당자와 만나 상담을 했지만, 역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그날의 상담은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병원의 철학보다는 화려한 시설에 대한 광고와 그곳에서 산모가 얼마나 VIP처럼 지내다 갈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쳐져 있었다.


서둘러 병원을 나선 나와 남편은 "여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지"라는 눈빛을 서로 교환했다. 그리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그날은 마침, 내가 산전산후 TTC 수업을 들은 교육장이 있는 병원, 연앤네이쳐에서 둘라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보다 잘 알고 싶어 투어를 위해 휴가를 낸 날에 수강신청을 한 터였다.


점심을 먹고 수업 듣기 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는 연앤네이쳐와도 상담을 해보고자 했다. 사실, TTC 교육 탓에 한달 동안 들락거린 이 병원이 가장 마음이 편하기도 했고, TTC 교육에 포함되어 있는 박지원 원장님 특강을 들었던터라 (그리고 그 특강이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터라) 병원의 철학과 원장선생님의 철학을 다 확인한 터였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오직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냈을 뿐이다. 그런데 실은 그깟 비용 아끼려다 무늬만 자연주의 출산을 할 뻔한 경험을 하고보니 이제 비용 문제는 저만치로 날아갔다.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자연주의 출산이란, 아이가 마침내 자궁을 떠나 세상을 향해 나올 때 엄마인 나와 아이가 한 팀이 되어 통증 속에서 호흡을 같이 하는 것. 엄마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아이도 세상의 첫 순간을 안온하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것. 두려움으로 생각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럽고 또 그 끝에 벅찬 행복이 있다는 것을 내 가족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소속된 의료진과 조산사 분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자연주의 출산마저도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병원을 투어해보고야 깨달았다.


박지원 원장님과 다시 만나 상담을 하고 나오는 길에,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눈물을 쏟았다.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던 것은 이제서야 제대로 왔구나 싶은 안도감 때문이었다. 물론 여전히 두렵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제대로 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구나 싶어졌다.



▶ 아래 클릭하시면 당일의 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영상 속에서 제가 "회음부가 너덜거린다고 하고..."라고 말한 대목이 나와요. 이건 둘라 교육을 받기 전에 제가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였어요. 물론 회음부 열상 때문에 고생하셨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조산사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충분히 이완한다면 회음부 열상은 최소화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너덜거린다는 말 자체가 가진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미리 부터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또 둘라 선생님이 교육 중에 회음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많은 엄마들이 회음부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데, 출산 과정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고 낳아보면 알 수 있다!"라고 답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 역시도 출산에 따르는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는 어설픈 공포감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실 자연분만 하신 분들 중에도 회음부 절개 이후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보기도 했고요.


이미 첫째 출산의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지금 내가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한 이완 트레이닝....이구나 라는 점이에요. 35주차가 된 지금, 짐볼을 이용해 회음부 마사지를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투어하던 날의 영상입니다. 좀 못생기게 울어요!!! ㅎㅎㅎ


자출 이야기는 1분30초 이후부터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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