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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Aug 22. 2017

피폐하고 무력해진 직장인의 기록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스트레스가 된 요즘의 기록들

나는 사회 생활 9년차다.


단 한 번도 사업을 해본 적이 없고 9년의 시간 동안 1개월 조차 쉬어 본 적이 없다. 이직을 반복했지만 9년을 꼬박 쉬지 않고 일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막 성인이 된 무렵인 스무살을 떠올렸다. 그 시절 내가 느낀 세상에 대한 생경함과 두려움과 자신만만함이 복잡하게 뒤엉킨 그 감정들이 놀라울 정도로 또렷했다.


그럼에도 이제 조금만 더 나이를 먹으면 나는 기억이 있는 유아기를 지나 학창시절을 거슬러 막 성인이 될 무렵, 그러니까 내가 아이었던 인생의 길이와 성인이 되어 살아간 시간이 동률을 이루게 된다. (끔찍해) 


스무살 무렵에 그 엉성한 감정들은 그대로인데 나이를 먹고 변한 점은 무엇인가 돌이켜보니.... 
감정이 피폐해졌다 


더 이상 사람의 관계를 무모하게 믿지 않으며 의심하게 된다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일도 흔치 않아졌다 
불평과 불만이 늘어나는 대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력한 시간도 늘어났다 


결국 아주 뻔하고 재미없는 그런 성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고 무력해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내가 낳은 이 작은 존재가 가진 무한한 사랑을 믿고 확신한다 

아가의 꼼지락거림, 아가의 숨소리, 아가의 웃음과 울음, 아가의 모든 것이 
피폐하고 무력해진 나를 치유해준다 

고마워, 엄마한테 와줘서.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꼭 어딘가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혹시나 혹여나 나중에 이 감정조차 잊게 될까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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