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자작 시조

by 가을장미


매일 아침 하루의 키 말끔히 밀어낸다

거품 묻은 각진 턱에 내 몸을 밀착하고

몰랐다

나의 개운함이

타인에겐 절망임을



내 존재 자체만도 가해자가 된다는 것

이런 삶 의문 없이 운명이라 순응했다

무지한

악의 평범성*

뼈아프게 떠올린다



피해자의 도전에도 언제나 나의 완승

그럼에도 사죄한다 내 착함도 악함 되니

내 칼날

무뎌질 때까지

마음의 손 모은다



*악의 평범성: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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