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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24. 2022

창공을 가르는 비행이 나를 울렸다

영화 '탑건: 매버릭' 리뷰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렬하게 남은 클래식 영화를 오랜 세월이 지나 속편을 제작하거나 혹은 리메이크한다는 건 "잘해야 본전"인 만큼, 어지간한 배짱과 자신감 혹은 준비성이 필요하다. 강산이 3번 바뀐 뒤에 후속편으로 돌아온 '탑건: 매버릭'은 아마 클래식 영화를 훌륭히 계승한 작품의 본보기가 기억될 것이다.


1편인 '탑건'은 당시 24살이었던 할리우드 신예 톰 크루즈가 월드스타로 급부상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록 '탑건'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한 뒤 미국의 위상을 되살림과 동시에 냉전 시대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이라는 비판을 받긴 했으나, 영화 속 키워드(청춘, 우정, 애국)와 가장 부합하는 꽃미모와 아우라를 뽐냈다. 


36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탑건: 매버릭'은 전편에 이어 주인공인 전설의 용사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이 잊혀 가던 중 탑건으로 복귀하라는 명을 받은 뒤, 성공 확률이 희박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젊은 조종사를 교육하는 미션을 받게 되는 내용이다.


'탑건: 매버릭'은 전작의 장점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단점으로 부각됐던 요소들은 깔끔하게 제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뼈대와 살을 덧붙여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당시 1편이 개봉했던 1980년대에도 최강의 스케일을 자랑했지만, 21세기 최첨단 기술력을 만나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극강의 전율을 선사한다.    



'탑건: 매버릭'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환호성을 유발한다. '탑건'을 사랑하고 추억하는 올드팬들을 위해 대표 OST 곡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을 배경 삼아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들의 멋진 비행을 선보이며 레트로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시절 감성을 간직하면서 자연스럽게 36년이 지난 중년 매버릭이 살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이어지며 인간 매버릭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동시에 새로운 캐릭터들과의 관계성을 표현하면서 전작에서 활약했던 이들을 향한 예우도 빼놓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놀라운 건,  액션 시퀀스 대부분이 36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를 최소화하고 실제 F-18 전투기를 띄워 촬영하는 아날로그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것. 전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촬영 장비와 기법, 기술 등이 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탑건: 매버릭'의 백미인 후반부 전투기 액션 시퀀스는 감탄이 나올 만큼 치밀하게 구성해 짜릿함의 끝판왕을 선보인다. 이 후반 시퀀스를 위해 젊은 파일럿들의 연습과정과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빌드업하듯 앞에서 깔아 둔 것이 쾌감과 감동을 배가시킨다. 


자신의 전우 구스(안소니 에드워즈)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입체적인 관계성도 매력적이나, 뭐니 뭐니 해도 '탑건: 매버릭'은 매버릭의 서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성향, 좌절도 겪으나 결국 누구도 하지 못한 성공을 이뤄내는 모습은 마치 매버릭을 연기하는 톰 크루즈가 걸어왔던 다이내믹한 액션 연기 행보가 오버랩된다. 그래서인지 24살 꽃청년 시절과 달리 주름이 깊게 파인 그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특히나 초반부 매버릭이 최신형 전투기에 올라타 한계 속도인 마하 10에 도전하는 장면은 톰 크루즈의 오늘날과 그의 성향이 한껏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무인 전투기를 주창하는 케인(에드 해리스) 제독 앞에서 파일럿의 중요성을 어필한 매버릭은, 아무리 기술력이 발전해도 직접 연기하는 배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마하 10을 넘어서고, 리더가 돼 젊은 파일럿들을 이끌고 전투비행에 나서 무사귀환하는 과정은 나를 크게 울렸다. 전투기 비행을 보다가 눈물샘 터뜨리게 만드는 영화가 '탑건: 매버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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