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ul 04. 2022

'결심'은 본디 갈팡질팡 어려운 것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사람이 크게 마음먹은 '결심' 두 글자를 확실하고 아름답게 영상으로 표현해냈다. 결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호하고, 갈팡질팡하게 만들어 대단히 어렵게 만드는 것임을 제대로 각인시켜줬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영화로 컴백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제작사 이름부터 '모호필름'이어서인지, '헤어질 결심'은 모호함 그 자체로 138분을 채워나간다. 헤어질 결심을 세웠다면 헤어지려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아직 헤어지지 않은 상태. 그 결심을 마음속으로 품고 있지만, 이를 실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한다.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 모호한 서래의 언어와 착시현상을 안겨주는 그의 의상, 어떻게 할지 감정을 전혀 정하지 못한 해준의 속마음, "헤어지겠다고 결심을 해도 헤어지기 어렵다. 과연 헤어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을 여러 요소에서 확장시키고 있다.


이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변사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 해준과 서래 두 남녀의 의심과 관심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감정선과 관계 변화를 그렸다면, 2부는 더욱 격한 감정이 오가면서 배신과 충격을 선사한다. "진짜 어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박찬욱 감독의 말을 곱씹어보면, 결국 어른들의 사랑이란 모호하고 불안하면서 미결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모호함으로 가득 찬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캐릭터 서래와 해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찔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영화 홍보 문구로 내걸어 놓은 "짙어지는 의심 깊어지는 관심"에 어울리는 눈빛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스크린 너머로 진한 여운과 파장을 전달하고 있어서다.


서래는 첫 등장부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독특하고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내뿜어낸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비밀스러움, 거침없다. 누가 봐도 용의자로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해준이 흠뻑 빠져들어 붕괴될 만큼 치명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는 서래를 연기하는 탕웨이 특유의 매혹적인 아우라, 목소리, 눈빛이 한몫했다. 어떤 상황이고 감정인지 모호하게 실은 대사톤은 묘하게 끌린다.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가 있었다.


서래가 초반부터 빛났다면, 해준은 '헤어질 결심'을 감상하고 난 뒤에 끊임없는 여운과 감정을 안겨주는 캐릭터다. 깔끔한 걸 좋아하고, 립밤과 핸드크림을 챙겨 다니며 슈트를 항시 챙겨 입는 등 기존 형사 클리셰를 와장창 깨면서 신비감을 안겨주더니 서래에 대한 결심을 선뜻 내리지 못하는 모호함을 기반으로 감정선을 점점 극대화시킨다. 매우 어려운 표현임에도 박해일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중심축으로 활약한다. 이 영화의 핵심이 박해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호함과 과감하게 선뜻 내리지 못하는 '결심'과 한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미장센, 박찬욱과 영혼의 듀오 정서경 작가의 오랜 내공이 담긴 필력에서 드러나는 대사들,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제3자처럼 비추는 카메라 구도, 산과 바다, 적절하게 섞인 유머들까지. '헤어질 결심'에선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완벽함을 갖췄기에 '결심'에 대한 여운은 계속 갈 것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청출어람의 길은 매우 어렵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