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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08. 2022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MCU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리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어벤져스 원년 멤버가 등장하면 그간 기대 이하를 보여줬던 MCU 인증마크의 완성도를 만회할 줄 알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희망은 접어두는 걸 권장한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도 별 수 없었다.


토르의 4번째 솔로 무비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엔드게임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함께 우주 해결사가 된 토르의 이야기를 담는다. 타노스(조슈 브롤린)를 물리친 뒤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으나, 여전히 마음속 공허함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 그러던 중 우주의 모든 신을 죽이려는 '신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가 나타나 세계를 위협하고 이를 맞서려고 준비하던 중 토르는 전 여친 제인(나탈리 포트먼)과 재회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MCU는 새로운 세계관을 추가해 몸집을 키우고, 관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지전능한 신 제우스(러셀 크로우)를 필두로 전 세계 신들이 운집한 회의 장소 옴니포턴스 시티는 화려함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흥미 요소를 부각했고, '토르' 시리즈의 히로인 제인 포스터가 마이티 토르로 돌아오는 설정은 오랜 마블 팬들이 반길 만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장점이나 신선한 요소보다는 그동안 답습해온 MCU의 클리셰나 매너리즘이 더욱 도드라진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흥행 성공을 의식한 듯, 이번 편에서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MCU 스타일의 B급 유머를 대거 포진시켰다. 그러나 전작과는 달리, '러브 앤 썬더'에선 마치 대충 여기서 웃음 포인트를 넣으면 웃기겠지라는 안일함으로 얼기설기 짜깁기 했다.



무엇보다도 이전 '토르' 시리즈와 달리,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 부분에서도 전형적인 MCU 스타일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단조롭고 전형적인 서사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받쳐줄 세부적인 전개 등이 너무나도 헐거워서 다이내믹하고 몰입도를 높여야 할 스토리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중간중간 잘린 듯한 부자연스러운 장면 전환도 눈에 밟힌다.


'라그나로크' 이후 본격 개그 캐릭터로 활약 중인 토르는 이번에도 개그를 뽐내지만, 이번 편에서 서사가 빈약하다 보니 크게 와닿진 않다. 현 무기 스톰 브레이커와 전 무기 묠니르의 묘한 관계도 생각만큼 웃음을 유발하진 않는다. 공허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영화 부제처럼 '사랑'을 외치지만 감흥이 없다. 토르보다 더 비중을 둔 제인의 마이티 토르 변신은 제법 흥미로웠으나, 예고편을 보고 느꼈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단점 투성이인 '토르: 러브 앤 썬더'를 하드캐리하는 건 빌런 고르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이다. 가볍고 유머로 가득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통극으로 승부하는 그는 절절한 부성애를 가진 사연 있는 빌런으로 열연을 펼치며 산만해진 영화의 몰입도를 부여잡는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헬라를 분한 케이트 블란쳇에 버금가는 임팩트다. 


또 티저 예고편부터 귀를 즐겁게 만든 레전드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 또한 영화에서 생각 이상으로 인상을 심어준다. 비록 OST 곡으로만 등장하나, 초반부 전투신을 장식한 'Welcome To The Jungle'이나 영화의 주요 내용을 대변하는 듯한 불멸의 히트곡 'Sweet Child O' Mine'는 희열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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