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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19. 2022

치명적인 척하는 K-막장드라마

드라마 '블랙의 신부' 리뷰

김희선은 제작발표회 당시 '블랙의 신부'에 대해 "넷플릭스에 이런 장르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긴 했으나, 흔히 '막장'이라 일컫는 치정 복수극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처음이기 때문. 


지난 15일 공개된 '블랙의 신부'는 고객의 등급을 매겨 사랑이 아닌 조건만으로 상대를 고르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 욕망의 스캔들을 다룬 8부작 드라마다. 특히나 결혼 적령층 사이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 결혼정보회사가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드라마는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무너진 여자 서혜승(김희선)이 상류사회 진입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 진유희(정유진) 두 캐릭터 간 대립각으로 출발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을 떠나보낸 뒤, 서혜승은 집안을 송두리째 뒤흔든 원흉 진유희가 렉스를 발판 삼아 최고등급회원 블랙의 신부가 되어 상위 0.1%가 되려는 계획을 알아차린다. 그는 진유희에게 복수하고자 블랙의 신부의 경쟁자로 나서게 된다.   


넷플릭스 해외 유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K-막장드라마'를 접해본 이들이라면 '블랙의 신부'에게서 무언가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막장 장르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어디 하나 세련되거나 탄탄함 없이 전형적인 클리셰(불륜, 복수, 상류층 스캔들, 출생의 비밀)들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답습하고 있어서다.



서혜승의 서사는 아침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 많이 봐온 패턴이다. 우여곡절 끝에 애 딸린 여성이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고, 여주인공을 둘러싼 음모는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남자와 함께 헤쳐나가는 해피엔딩이다. 진유희 또한 전형적인 악녀 서사를 지닌다. 미인계를 앞세워 신분상승을 노리고, 욕망과 소유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특유의 오버스러움 또한 전형적인 악역 연기다. 이러한 모습들이 첫 회부터 아주 느리고 친절하게 알려주기에 몰입도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서혜승과 연결되어 있는 두 남성 캐릭터 이형주(이현욱), 차석진(박훈) 또한 마찬가지. 동시에 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삼각구도를 그리고, 그 외 여성들은 이 두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를 취하는데 너무나도 많이 봐왔던 형태다. 여기에 "여자를 믿지 않는다"던 이형주가 서혜승에게 갑자기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 등 인물 설정과 설명에 부족한 면모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들이 많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상류 사회의 민낯을 고발한다는 시도는 괜찮은 생각이나, 이 장치는 3회가 끝나는 순간부터 약발을 다한다. 또 케케묵은 가면무도회 콘셉트나 남녀 간 뻔한 욕망 표현법으로는 도무지 상류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닳고 닳은 구식 연출과 각본이기 때문이다. 마치 치명적이고 세련된 척하지만 이를 글로 배운 듯하다. 넷플릭스에 물량공세를 고려한다면, 매우 빈약한 수준이다.


전개 면에서도 전혀 매끄럽지 못하다. 적어도 주말극, 일일드라마 수준의 서사를 8회만에 압축시키려고 하니 너무나도 많은 생략이 눈에 밟힌다. 제아무리 '드라마퀸' 김희선이라도 혼자서 이끌기엔 엉망진창 수준의 완성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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