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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2. 2022

여러모로 역대급인 엄청난 녀석

영화 '외계+인' 1부 리뷰

'암살'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충무로 대표 감독 최동훈의 신작 '외계+인'은 "여러모로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태껏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생소함으로 가득 찬 엄청난 작품이 관객들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낯선 느낌이 강해서인지 보는 이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2022년 텐트폴 첫 주자로 나선 '외계+인'은 1391년 고려 말과 2022년 현재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가면서 인간과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두 시간대를 이어주는 신검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여기에 무려 제작비가 330억 원을 들이는 등 역대급 스케일을 예고해왔다.


영화 소개란에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지 못할 정도로 '외계+인' 1부는 언뜻 보면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혼종으로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선 느낌은 강하지 않다. 그간 최동훈 감독이 대중에게 선보였던 익숙한 그림들이 많아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최동훈 감독의 대표작 '전우치'가 떠오른다. '전우치'는 조선시대에 족자에 갇혀 현대로 넘어왔다면, 가드(김우빈)와 어린 이안(최유리) 일행은 현대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온다. 또 고려 말 활약한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의 너스레와 유쾌함이 묻어나는 도술, 액션 등이 주류를 이루는 점 또한 전우치와 닮아있다. 심지어 무륵의 부하 우왕(신정근), 좌왕(이시훈)은 초랭이(유해진)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최동훈 감독의 주 장르인 케이퍼 무비적인 성격도 '외계+인' 1부에 잘 녹아들어 있다. 신검을 차지하기 위한 각 캐릭터들의 속고 속이는 모습들이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같은 범죄물의 기본 플롯과 매우 유사하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등 엄청나게 커진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들,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CG까지 볼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외계+인'이지만, 분명 아쉬운 지점도 더러 보인다. 최동훈 감독 영화에선 항상 작품 속 캐릭터들이 진한 인상을 남겨 관객들 뇌리에 스며들고 차진 말맛이 느껴지는 대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외계+인' 1부에서는 그 장점이 많이 희석됐달까. 


특히나 '외계+인'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주인공인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부터 특별출연한 유재명, 김해숙까지 황금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어 연기력 면에서는 문제 될 부분은 없다. 다만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어필되지 못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염정아, 조우진이 연기한 흑설, 청운 캐릭터가 나올 때만큼은 항상 빵빵 터진다. 1편을 먹여 살린 숨은 공신이라 해도 과한 표현은 아니다.


아무래도 1시간 넘게 할애하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외계인 죄수, 신검, 시간의 문, 설계자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요소가 나선형처럼 얽힌 채 굽이굽이 흘러가듯 전개한다. 이 때문에 흐름을 따라오다 놓칠 관객들에게 정보전달을 할 수밖에 없던 것. 비슷한 예로 구전으로 스토리텔링하다가 끝나버린 '마녀2'의 단점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이 여파로 고려 시대에 비해 현대인 2022년이 상대적으로 노잼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다행히 지루한 설명 구간을 지나면 쫀쫀함과 흡인력을 높이는 구성들이 맞이하긴 하나, 도입부 분량을 잘 조절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애초에 2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인 만큼, '외계+인'은 아직 절반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외계+인' 1부만으로 작품 통째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다만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임무를 띤 1부를 향한 평이 썩 좋진 않다. 그래도 최동훈 감독이 2부에선 비장의 카드를 숨겨놨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번 걸어본다. 언제나 후반부에 짜릿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최동훈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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