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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06. 2022

알맹이 없이 현란한 액션만 가득

영화 '카터' 리뷰

'카터'는 여태껏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어마무시한 액션의 향연임에는 분명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액션의 향연 속을 자세하게 파헤쳐 보면, 알맹이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카터'는 '악녀'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은 전작 '악녀'로 한국 액션에 한 획을 그으면서 대중에게 엄청난 센세이션을 선사했고, '존 윅 3'에선 오마주로 재현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카터'에서 그가 보여줄 액션을 향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영등포시장 포제스모텔 605호에서 기억을 잃은 카터(주원)가 잠에서 깨어나고, CIA 요원에게 건넨 전화기가 폭발하면서 '카터'의 액션이 시작된다. 폐목욕장에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100 대 1로 피 튀기는 잔혹한 싸움 신은 보는 이들의 넋을 빼앗았고, 뒤를 이어 펼쳐지는 오토바이, 승합차, 스카이다이빙, 다리, 트럭, 기차, 헬기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액션 종합 선물세트'에 압도당하게 된다.


'악녀'를 본 관객들이라면, 극 중 시선을 사로잡았던 초반부 롱테이크 액션과 오토바이 장검 싸움신을 기억할 것이다. '카터'에선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이전보다 많은 롱테이크 신에 생각지도 못한 각도와 촬영기법으로 담겨 충격을 선사한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영화를 보는 건지, 1인칭 게임을 소화하는지 혼란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걸 어떻게 찍었지'라는 호기심과 감탄이 나오는 만큼, 말도 안 되는 액션을 소화해낸 주원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다.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했다는 정병길 감독의 칭찬에 부응하듯, '카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지는 주원표 액션과 묵직한 존재감은 매우 강렬하다. 


확실히 정병길표 인장이 찍힌 '카터'의 액션은 할리우드 대작들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창의적이고 기발하다. 허나 이 액션 내공을 튼실하게 채워줄 알맹이가 부실했던 것 또한 눈에 띈다는 게 문제다. 


카터가 DMZ 바이러스의 유일한 항체를 가진 소녀 하나(김보민)를 북한으로 데려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게임처럼 퀘스트를 하나씩 수행하는 설정은 나쁘진 않다. 그러나 부상 없이 모든 상황을 돌파하는 카터의 무결점 능력에 슬슬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 카터를 포함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단편적으로 소모되어 간다. 후반부에 깜짝 등장하는 북한군 소속 김종혁(이성재)은 카터를 막어서는 빌런으로 활약하나, 일차원적인 사용에 허무함만 안겨준다. 결국 '악녀'에서도 보여줬던 고질병(액션을 뒷받침 못한 스토리, 구성)이 보완하지 못하고 반복하게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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