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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2. 2022

조던 필, 당신은 예측할 수 없는 천재

영화 '놉' 리뷰

함부로 예측하려고 했다가 크게 뒤통수를 한 방 맞았다. '겟 아웃', '어스'처럼 현실적인 공포 영화를 내놓을 줄 알았는데, 조던 필의 신작 '놉'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욱 확장시킨 영화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선사한다. 


앞서 말한 대로, '놉'은 그동안 조던 필이 내놓았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포문을 연다.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 스튜디오 세트장과 피범벅인 된 침팬지 고디의 폭주를 지켜본 이들은 '이게 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과 혼란을 야기한다. 


이어 제작사를 위한 말을 훈련시키던 조련사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스 데이비드)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맞아 급사하게 되고, 아버지 대신 목장을 운영하게 된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팔머) 남매는 하늘에서 우연히 UFO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다가오게 된다.


아무런 맥락 없이 이어 붙인 구성은 중반부까지 이어지기에 호기심과 혼란은 점점 비례된다. 이것은 UFO가 등장하는 SF 공포 영화인가 착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파편처럼 쪼개져 있는 듯한 에피소드들은 따로따로인 것처럼 보이나 절묘하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길들일 수 없는 걸 섣불리 길들이려 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로 말이다. 이는 반환점을 도는 순간부터 딱딱 들어맞게 되며, 조던 필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후반부 돼서야 깨닫는다. 



조던 필이 '놉'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적나라하고 직설적이진 않으나, 다양하게 담겨 있다는 게 포인트. 숲으로 보자면, 영화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촬영 감독부터 동물 조련사, 기술 전문가 등 카메라 렌즈 밖에 자리한 이들을 조명한다. 동시에 트라우마를 가진 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배신당한 아역배우 출신 리키 주프 박(스티브 연)을 통해서 아역 배우들의 현주소를 들춰낸다.


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욕망도 조명한다. 헤이우드 남매는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내적 혹은 외적으로 찾는지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고, 리키는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젖어있고 다시 한번 관심받길 원한다. 앤틀러 홀스트(마이클 윈콧) 또한 '최초'에 목숨을 걸면서 욕망을 드러낸다. 여기에 영화 시초에는 말 타고 있는 흑인이나 흑인 기수의 이름이 사라진 것 등 끄집어내 인종차별 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예전과 달리 확실히 확장된 셈이다.


이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명작을 오마주한 흔적도 보인다. 작중 등장하는 회오리나 집의 연출부터, 주인공의 별명 'OJ', 리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구프 사건' 회상신은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 포함해 197,80년대를 대표했던 영화들이 생각나게 하는 오마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놉'은 볼거리가 정말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출연한 '조던 필의 페르소나' 다니엘 칼루야는 역시나 주인공으로서 중심을 잘 이끌어간다. 케케 팔머는 확실히 자기 존재감을 발휘하고, 스티븐 연 또한 리키 역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며 대체할 이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들과 함께 하늘을 쳐다보는 것 같이 한 공간 속에 있는 득한 느낌을 선사한 카메라도 인상적이다.


UFO와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완성시킨 조던 필 감독을 보며, 그는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그의 독창성에 경의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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