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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8. 2022

껍데기만 뉴트로, 내용은 올드!

영화 '서울대작전' 리뷰

유행은 돌고 돈다. 그래서 철 지났던 스타일이 '레트로(Retro)'라는 타이틀로 돌아오고, 이를 발판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뉴트로(New+Retro)'로 선도하는 이들을 진정한 힙스터라고 부른다. 영화 '서울대작전'도 뉴트로를 이끄는 힙스터를 꿈꾼 모양인데 이를 어쩐담, 아무도 따라가지 않을 것 같다.


'모럴 센스', '카터' 등 강렬한 소재를 삼았던 오리지널 영화를 내놨다가 큰 재미를 못 봤던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서울대작전'을 꺼내 보이며 88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서울대작전'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 빵꾸팸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케이퍼 무비다. 


'서울대작전'의 홍보용 티저 및 포스터를 본 이들이라면, 대부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린다. 비슷한 시대 배경, 그리고 두 작품 주인공들이 거주하는 동네(상계동-쌍문동)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오버랩되고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응팔'에 비하면 '서울대작전'은 1988년을 최대한 '힙하게' 포장한다. 그렇다, 대놓고 뉴트로를 의식하고 노린 모양새다. 머리끝부터 발 끝, 그리고 영화를 꽉 채운 차량들까지 당시 압구정, 이태원 등 서울의 힙함을 주름잡았던 지역들의 분위기를 최대한 녹여내려고 애쓴다. 확실히 빵꾸팸의 껍데기는 힙스터스럽게 꾸며져 있으나 시종일관 "이것이 힙스터다", "우리 힙하지?"라고 강조하는 것처럼 가스라이팅 하려는 게 문제다.



'서울대작전'의 가장 큰 실수는 영화의 주요 뼈대가 되는 스토리라인이 가볍게만 접근해 구성했다는 점이다.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그 시절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드디어 싹을 틔우려고 하려던 때이자, 올림픽 개최로 전 세계의 주목받던 때였다. 그때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에겐 또 다른 격동의 시기임에도 영화는 '힙함'에 지나치게 자아도취한 모양인지, 중요한 시대상을 가벼운 소동극으로 엮어버린 것이다.  


극 중 VIP로 묘사된 독재자의 비자금 수사하는 작전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에도 그저 '단죄'라는 어쭙잖은 메시지를 구현하고자 빵구팸과 안 검사(오정세) 간 모종의 거래로 성사된 운반책 작전으로 풀어나간다. 어설프게 시작했으니, 당연히 VIP와 VIP의 2인자 강회장(문소리)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의 개연성, 빵꾸팸 개개인의 동기, 성격 등은 헐겁기 짝이 없다.  


스토리 골격이 부실한 탓에 '서울대작전'이 자신들의 장점으로 내세운 카체이싱 신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카체이싱 액션을 기반한 케이퍼 무비라면 자고로 브레이크 없는 속도감과 카타르시스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전혀 보이질 않는다. 분명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카체이싱 액션을 구성해 녹여내려는 노력은 보이나, 새롭고 신선하기보단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본 것들을 짜깁기 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서울대작전'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서도 몰입이 되질 못한다.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오정세 등 자타공인 연기 잘한다고 소문난 배우들인데도 '서울대작전'에서 영 존재감을 드러내질 못한다. 유일하게 문소리만이 빌런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낼 뿐이다. 결과적으로 기획, 연출의 실수가 배우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친 셈이다.


'서울대작전'을 보면서 지난 6월에 개봉했던 '탑건: 매버릭'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36년 만에 속편을 공개하면서 1편의 특징을 고스란히 재현했지만 촌스럽기보다는 세련됐고 심지어 감동까지 안겼다. '뉴트로'를 확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며, 이는 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비결이 됐다. 그런 점을 비추어 봤을 때, '서울대작전'은 뉴트로를 따라 하려다 실패한 촌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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