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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09. 2022

예능 생태계 뒤흔드는 메기 출현!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리뷰

출연자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도 프로그램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긴 하나, 제작진에 정한 큰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건 비슷하다. 대부분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정해놓은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따라 움직이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게임 등을 진행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진과 제작진이 꾸며놓은 세계관을 1시간 반 이상 러닝타임 동안 시청한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도 이와 비슷한 포맷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느낌은 기존 예능과는 사뭇 다르다. 


나영석 PD 군단이 새롭게 선보인 '뿅뿅 지구오락실'은 평균 시청률이 2~3%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전에 선보였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한다면, 시청률 면에선 저조한 편이다. 출연자들(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이영지, 안유진) 또한 TV 리모컨을 쥐고 있는 주 시청연령층에게도 생소한 얼굴이다. 여기에 포맷도 나영석 PD의 대표 예능 '신서유기' 시리즈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온라인상에선 가장 핫한 예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오락실'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건, 나영석 PD가 그린 그림에 들어온 새로운 4명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 일으키는 파장 때문이다. 나영석 PD와 처음 호흡 맞추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네 명의 여성 출연자들은 빠르게 팀워크를 이루며 '지구오락실' 제작진과 프로그램을 뒤흔들었다. 태국으로 출발하기 전 가졌던 첫 미팅에서 충분히 범상치 않은 텐션임을 입증한 바 있다.


맏언니 이은지가 재치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고, 이영지는 24시간 내내 지치지 않는 엄청난 하이 텐션으로 시종일관 몰아치며 쥐락펴락한다. 또 예능판에 첫 발을 디딘 미미와 안유진은 기존 걸그룹 이미지와는 정반대 모습인 은은한 광기를 드러내되, 무해함까지 곁들이며 호감도를 끌어올린다.  



이 4명이 내는 시너지는 그동안 출연진들을 당황케 만들었던 나영석 PD를 역으로 당하게 만드는 역할로 전환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펄펄 끓어 넘치는 젊은 피와 기세, 매회 게임에 강한 면모 등이 나영석 사단이 공들여 세운 '토롱이 세계관'은 단숨에 붕괴시켜 제작진이 의도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그림을 연출한다. 이 때문에 나영석 PD는 끊임없이 멘붕을 겪거나 지치는 얼굴이 새롭게 다가왔고, 이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 언제 해요?"라고 졸라대며 자발적으로 나서는 여성 4인방은 계속 웃음을 안긴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MZ세대 출연자와 "제발 쉬어요"라고 애걸복걸하는 나이 든 제작진의 역전된 그림은 확실히 기존 예능 문법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래서인지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의 관계성이 다른 예능보다 자유롭고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또 진행자 등 역할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선을 넘는 행동이나 유머 코드 없이 일상의 감각과 경험을 밑바탕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보기 불편한 지점이 전혀 없다.


'뿅뿅 지구오락실'에 빠져들게 만드는 또 다른 매력은 나영석 PD의 다른 연출작에서 찾아볼 수 없는 K-POP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구오락실' 4인방의 교집합이 K-POP이고, 틈만 나면 아이돌 노래를 듣고 춤을 연구하고 챌린지나 세리머니 등 자신들 방식으로 재해석해 표현해낸다. 이건 출연진들의 자발성에서 비롯됐고, 그래서인지 이를 지켜보는 나영석 PD의 찐 웃음이 진실됐다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시대별로 대표하는 예능들이 있다. '무한도전'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1박 2일'을 탄생시킨 장본인 나영석 PD. 그동안 그가 내놓은 예능들이 트렌드를 선도하긴 했으나, '지구오락실'은 또 다른 결이다. 예능 생태계를 뒤흔드는 메기 같은 존재를 그가 창조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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