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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13. 2022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뜨거운 안녕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영화 '블랙 팬서' 시리즈는 기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결을 띠고 있다. 이 또한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나, 기존 백인 중심이었던 히어로 영화판에서 조연 취급받던 흑인 배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류를 차지함과 동시에 인종차별 등을 겪었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이목을 끌었다. 현실을 투영한 작품인 만큼,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감정이나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속편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또한 다시 한번 현실적인 내용을 영화로 반영한다. 블랙 팬서 역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지난 2020년 8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블랙 팬서' 측은 대체 캐스팅을 하지 않고 고스란히 티찰라의 죽음으로 그려내 초반부터 그를 기리는 추모로 포문을 연다. 


블랙 팬서, 그리고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내용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과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천천히 빌드업한다. 이는 오빠 티찰라의 부재 후 주인공 바통을 이어받은 와칸다 공주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의 성장기로 디테일하게 풀어낸다. 


러닝타임 161분 중 상당수 이상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슈리의 혼란스러운 심경과 이를 딛고 재도약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티찰라처럼 고결한 정신을 이어갈지, 아니면 사촌 은자다카(혹은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처럼 복수심에 불타오를지 끊임없이 갈등하는 슈리의 내면에 따라가다 보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배경음악은 끊임없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전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차별의 현실을 스토리로 녹여낸다. '블랙 팬서'가 흑인들을 대변하는 이야기였다면, '와칸다 포에버'는 백인들의 침략으로 희생된 중남미 문명(마야+아즈텍)과 그 후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를 대변하는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가 이번 편 빌런임에도 마냥 악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강대국 백인의 욕심에 희생당한 또 다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편의 실질적인 빌런은 네이머가 이끄는 탈로칸이 아닌 세계질서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와칸다가 보유한 비브라늄을 호시탐탐 노리고 견제하는 강대국이다. 와칸다의 구호시설을 공격한 용병들이나 대서양에 묻힌 비브라늄 채굴에 나선 채굴단들,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를 제외한 와칸다는 눈엣가시로 여기는 미국 정부 측 인물들의 시선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과 달리 슈리가 이끄는 와칸다는 같은 처지에 놓인 탈로칸과의 갈등과 화해를 블랙 팬서가 보여준 방식으로 해결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뜨거운 안녕에 정점을 찍는다.


비록 티찰라의 블랙 팬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와칸다의 여성들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아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와칸다 여왕으로 재집권한 라몬다(안젤라 바셋)의 카리스마부터 티찰라 연인이자 최고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의 영민함, 듬직한 와칸다 장군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여기에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후계자 격인 아이언하트(도미니크 손)까지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모두가 사랑했던 채드윅 보스만을 기리는 내용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페이즈4에 속한 MCU 작품들과의 연계성이나 액션의 완성도 등을 따져본다면, 아쉽긴 하다. 노홍철 없는 홍철 팀처럼 블랙 팬서가 없는 블랙 팬서 팀의 한계일 수밖에. 


그래도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티찰라의 블랙 팬서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히어로들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MCU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으나, 적어도 부정적이진 않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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