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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07. 2022

성냥 하나둘 모여 탄생한 거대한 불

영화 '에놀라 홈즈 2' 리뷰

첫 편에서도 신선함과 유쾌함을 안겨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던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 2년 만에 돌아온 속편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편에서 쌓았던 명성을 그대로 증명한다.  


'에놀라 홈즈 2'는 영국 유명 탐정 셜록 홈즈(헨리 카빌)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밀리 바비 브라운)가 전편에서 해결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내친김에 런던으로 건너가 탐정사무소를 차린 이후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전히 오빠의 유명세에 묻혀 폐업 직전에 몰리던 중 한 자매의 의뢰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재능을 발휘한다.


에놀라 홈즈는 셜록 홈즈만큼 오랜 경험과 탐정으로서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건 아니지만 의뢰인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공감력, 관찰력, 추진력, 그리고 호신술을 앞세워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약간 들떠있거나 어설픈 초짜 탐정 면모를 보이지만, 엄마 유도리아 홈즈(헬레나 본햄 카터)가 어렸을 적 가르쳤던 내용들을 항상 상기하면서 실마리를 하나둘 찾아낸다. 


보통 첫 편에서 거둔 성공에 취한 나머지 속편 또한 비슷한 패턴으로 풀어내기 마련인데, '에놀라 홈즈 2'는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 런던으로 무대 배경으로 옮겨온 만큼 전편보다 스케일을 훨씬 더 키웠고, 이에 걸맞게 에놀라 홈즈와 셜록 홈즈 두 남매가 각각 풀어가는 사건이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데 절묘하게 섞인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장점은 변화의 격동이 몰아치는 근현대 시대를 배경에 삼았음에도 당시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원론적인 페미니즘 메시지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이번 2편에서도 그 장점은 극대화되면서 주인공인 에놀라 홈즈를 중심으로 극 중 여성들은 자기 주체적으로 움직인다. 더불어 여성이 주인공이 영화에서 흔히 드러나는 클리셰(남녀 성 대결)를 다시 한번 보란 듯이 부숴버린다.


이번 편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 도입부에 살짝 언급됐던 '일부 실화'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중반까지 에놀라 홈즈, 셜록 홈즈가 풀어내는 사건 추리하는 과정에 몰입하게 만들다가 자연스레 1888년 런던의 성냥공장 '브라이언트 메이' 여공들의 파업 사건으로 빌드업한다. 이를 '혼자가 아닌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라는 교훈으로 한 데 묶어 잘 포장한다. 


추리하는 탐정 영화인 만큼 이들의 날카로운 추리력도 돋보이지만, 홈즈 남매의 반전 허당미와 인간적인 매력도 호감 있게 그려낸다. 여기에 눈을 사로잡는 액션 장면들도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가장 핵심인물인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번에도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맹활약을 펼친다. 셜록 홈즈 역으로 2편 연속 출격한 헨리 카빌은 전편보다 더 비중이 커진 만큼,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허술한 매력을 동시에 발산한다. 또 밀리 바비 브라운과 격 없는 친남매 케미를 선사하며 크고 작은 웃음을 안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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