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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04. 2022

몸값을 드높이기 위한 영리한 선택

드라마 '몸값' 리뷰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 값'의 몸값을 좀 더 높이기 위해 영리한 선택을 했다. 새로운 유니버스로 뻗어나가는 데 강한 첫 발을 대중에게 제대로 날렸다.  


지난달 28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 '몸값'은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라이징 감독 이충현의 데뷔작인 동명 영화를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유입시켜 재탄생한 작품이다.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14분짜리 단편이 6부작으로 확장됐고, 여기에 진선규, 전종서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가담해 궁금증을 유발하기엔 충분했다.


도입부인 1부는 원작과 동일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성매매와 장기밀매, 두 가지 범죄가 엮이면서 담아내는 '몸값'의 블랙코미디 요소에 스토리 살을 덧붙여 그 이후가 궁금했던 뒷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뒤바뀐다. 


지진이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고립된 이들이 서로를 떠보는 듯 속고 속이는 치열한 심리 게임이라는 새로운 설정은 14분짜리 단편 영화에 크게 감동받았던 마니아들에겐 호불호로 다가왔다. 파격적인 원작이 또 다른 세계관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초반에 깔아두면서 억지로 늘린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취향에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으나, 드라마로 재탄생한 '몸값'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장기매매를 주도하는 조직을 좀 더 디테일하게 설계하면서 지진으로 무너진 모텔에 갇힌 노형수(진선규)와 주영(전종서), 고극렬(장률)을 비롯한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깊숙하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원작과 동일하게 원테이크 기법으로 담아낸 방식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드라마 중에선 짧은 회차이긴 하나, 6부작으로 구성된 '몸값'을 원테이크로 끌고 갈 수 있을지 호기심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촘촘한 피카레스크 판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진선규다.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악랄함과 '극한직업'에서 자랑한 타율 높은 코미디, 각종 예능에서 드러낸 순수미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그가 '몸값'에서는 욕망이 그득하면서도 때로는 치졸하고 치사한 면모로 밑바닥까지 공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전종서와 시도 때도 없이 속고 속이려는 과정은 웃음과 재미, 때로는 긴장감까지 불러 모은다.


극한의 상황에서 모두가 이성을 잃고 숨겨둔 광기를 내뿜으며 노 브레이크로 마지막까지 가속 페달을 밟는 건 볼거리인 '몸값'. 다만, 종종 들리지 않고 무의미한 대사들이 걸림돌처럼 다가온다. 대사처리와 소리 면에서 아쉬운 면이 있긴 하나, 6부작까지 쉬지 않고 즐길 수는 있다. 6부 말미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은 '몸값'을 시작으로 앞으로 펼쳐지게 될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니 놓치지 말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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