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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28. 2022

제법 그럴싸한 '척'하는 거짓말 대결

영화 '자백' 리뷰

저 사람이 말하는 내용은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상대방에게 하나둘 털어놓으면서 진실 판독기를 들이밀어 계속 떠보는 두 사람의 설전. 그런데 뭐랄까, 제법 그럴싸한 '척' 하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소지섭, 김윤진 주연의 영화 '자백'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한국 영화를 대표해 지난 26일 출격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2년 전에 개봉됐어야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이제야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만큼, 전반적인 골격은 원작과 대부분 비슷하다. 여기에 중간중간 K-패치를 덧입혀 고요한 강원도의 설산, 잘 나가는 IT회사 대표의 사무실 등 한국스러운 공간이 주는 기운은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자백'은 밀실 살인사건과 숨은 또 다른 사건을 놓고 피의자 신분인 IT 회사 대표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변호를 맡게 된 양신애(김윤진) 간 진실 공방전이 주된 관전포인트다. 같이 공모하면서 한 편이 되어야 하는데 이와 다르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두뇌싸움을 벌인다. 이를 든든하게 받쳐줘야 할 유민호와 양신애가 나누는 대사, 설정 등은 어딘가 모르게 허점이 느껴진다.



누가 더 똑똑하나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가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영화가 알려주는 정답은 모두가 예상한 듯 보편적이다. 여기에 원작 영화를 이미 봤거나 눈치가 매우 빠른 이들이라면 '자백' 속 반전이나 진짜 범인의 정체를 알아차릴 것이다. 다만,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과 달리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살짝 비트는 지점이 있다. 길지 않은 구간이나, 의외로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해외 스릴러물에서 볼 법한 익숙한 느낌을 주는 '자백'이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소지섭 팬이라면 '자백'은 또 다른 입덕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선한 이미지를 자주 그려왔던 그가 이번에는 양면적이고 입체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진하게 파인 미간 주름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랄까. 소간지와 스파크 튀는 연기 합을 보여준 김윤진 또한 훌륭하다. 후반부 반전이 발생할 때, 김윤진은 매우 돋보인다.


두 배우 이외 '자백'에서 적잖은 존재감을 뽐내는 나나와 최광일도 진한 여운을 준다. 매 작품마다 수준급 연기력을 펼쳤던 나나는 다른 작품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으나, 밀실사건에 핵심키인 김세희 그 자체로서 빛을 낸다. 명품 조연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광일의 처절한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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