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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26. 2022

죽음 너머 영원한 행복이 있을까?

드라마 '욘더' 리뷰

오랜 세월은 인간은 삶과 죽음을 향한 끝없는 호기심을 가져왔다. 탄생에서 출발해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리는 삶, 그리고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욘더' 또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욘더'는 현시점으로부터 10년 뒤인 2032년, 암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안락사를 택한 차이후(한지민)와 그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남편 김재현(신하균) 부부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고된 이별이었던 만큼, 김재현 차이후 부부는 오랫동안 죽음을 준비해왔고, 아내가 떠난 뒤 재현은 곳곳에 남아있는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지운다. 그러던 중, 죽은 아내로부터 가상세계 '욘더'로 보러 와달라는 이메일을 받게 되면서 재현은 혼란을 겪는다.


법으로 공식 인정받은 안락사, 죽기 전 기억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또 다른 영원의 삶을 주는 공간 욘더 등 2032년이라는 근미래를 대변하는 진보된 과학 기술력들이 등장해 얼핏 보면 SF 드라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욘더'는 SF 요소를 적극적으로 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6회 내내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 욘더를 만들어낸 장본인 닥터K(정진영)는 "과학이 가야 할 곳의 종점은 천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제법 그럴싸한 말들을 하면서 보는 이들을 설득시킨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끼는 인간들에게 전혀 고통받지 않을 수 있는 천국을 과학으로 구현해 보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과 남겨진 이들을 욘더에서 만나게끔 중재자 역할을 하는 세이렌(이정은)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에 꽂힌다. 



사랑하는 이후를 만나기 위해, 가상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무모한 방식으로 욘더로 들어간 재현은 그곳에서도 '완벽한 영원'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기술력이어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존재와 세계를 디자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이는 죽음 너머에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영원과 행복이 존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대변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닥터K와 세이렌의 행동이 무조건 그르다고 지적할 수만은 없는 일. 가상 세계를 혼란스러워했던 김재현과 달리 피치(윤이레)는 죽은 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앞세워 통화 내용, 사진 등을 조합해 욘더로 부활시켜놓은 뒤 현실에서 겪은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했다고 말했으니까 말이다. 어느 쪽이 정답이다, 아니다로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비교적 다른 OTT 드라마들에 비하면 짧은 회차에 속하지만, '욘더'는 정적이며 전개가 느리고 대부분 대사가 의미심장해서 보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묘하게 끌리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추억과 기억이 왜 아름다운지, 다시 만나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찬찬히 건드리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욘더'를 이끌어가는 신하균과 한지민의 합도 이 드라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다. 신하균은 감정 폭이 크지 않은 김재현으로 분하면서 애써 억누르고 외면하는 감정선과 표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한지민 또한 이전과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 연기 장인다운 면모를 발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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