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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18. 2022

일방적인 감성에 동감 못하겠소

영화 '동감' 리뷰

※ 2000년 개봉한 원작 영화 '동감' 일부 스포일러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큐 씨큐... 제 목소리 들리세요?"


지난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 이후, 22년 만에 HAM 무전기가 작동했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과 HAM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는 광경은 언제나 봐도 설렘을 안겨준다. 이것이 영화 '동감'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지직 거리는 무전기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반갑긴 하나, 이 영화가 세월이 지나 리메이크되어 다시 등장했어야만 했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리메이크작으로 탄생한 '동감'은 원작의 전반적인 스토리와 구성을 따라가되, 일부 설정을 조금씩 변주한다. 1979년 소은(김하늘)과 2000년 지인(유지태)이 1999년 김용(여진구)과 2022년 김무늬(조이현)으로 탈바꿈하듯 말이다.


시대 설정이 바뀐 만큼, 초반부에는 원작에 크게 의존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김용과 서한솔(김혜윤)이 대변해준다. 투박하고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스포티함과 섬세함을 갖춘 김용은 1999년 그 시절 있을 법한 과 선배를 구현했고, 김용의 과 후배이자 첫사랑 서한솔은 청순가련함에 당차고 씩씩한 성격을 더해 매력을 뽐낸다. 이 두 캐릭터가 발산하는 매력과 케미가 점차 맞아 들어가면서 풋풋한 설렘에 한껏 과몰입할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99'라고 떠올릴 만큼 그 시절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하나, 왜 하필 1999년과 2022년으로 설정을 바꿨는지는 의아한 부분이 많다. 공중전화, 옛날 휴대폰 대 스마트폰과 맥북 정도 차이점 이외에는 크게 다른 부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1999년 김용과 2022년 김무늬가 HAM 무전기를 통해 나누는 대화들도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게 느껴진다.



지인 때문에 자신이 좋아했던 선배 동희(박용우)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발생했던 소은처럼, 2022년 '동감'의 김용 또한 김무늬로 인해 서한솔과의 러브라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과 감성으로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던 김용이 한 순간에 친구와 연인을 의심하고 급발진하는 성향을 보이면서 설정이 한순간에 붕괴된다. 이를 여진구의 열연에 의지한 채 어떻게든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2022년을 살아가는 김무늬와 그의 7년 남사친 오영지(나인우) 두 캐릭터의 존재감이다. 이들은 특별히 캐릭터 서사도, 설명도 부족해 관객들이 이들의 관계성이나 감정선에 몰입할 구석이 없다. 또 'MZ세대'랍시고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감성과 오글거리는 대사로 사랑과 낭만을 겉핥기 한다. 여기에 조이현, 나인우의 부족한 연기 내공과 원작과 차별점을 주려고 어설프게 후반부에 변주를 준 부분도 눈에 밟힌다.


동명 영화의 강점으로 평가받던 OST 라인업은 괜찮다. '너에게로 가는 길', '고백' 등 1990년대를 대표했던 명곡들을 재해석한 시도는 좋았다. 다만,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했다. 그 예로, 김광진의 '편지'는 김용의 애절한 감성을 대변하기보단 되려 이상한 개그코드가 되어버린다.


20여 년 전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레트로 감성에 입혀 리메이크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연출자의 일방적인 감성에 동감하라고 강조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때와 달라진 현재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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