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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21. 2022

우걱우걱 먹다 체하는 소리의 향연

영화 '데시벨' 리뷰

현대에서 '데시벨'은 매우 민감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소음이 조금이라도 심해질 경우, 이는 누군가에게 소음 테러가 될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민감하게 만드는 소음으로 터지는 폭탄이라, 어떤 스타일일까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헛된 기대였다.


'데시벨'은 오랜만에 극장가에 등판한 국내 테러 액션 영화다.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폭발해버린 테러 소식과 함께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에게 테러 경고 전화가 온다. 사태 파악할 겨를도 없이 경기장, 대형 워터파크 등 다음 테러 장소를 예고하는 테러범(이종석)을 찾아서 막아야만 한다. 


소음 반응 폭탄은 확실히 관객들의 눈과 귀를 끌기에 충분한 소재임은 확실하다. 놀이터, 경기장, 워터파크, 카페 등은 쉽게 제어할 수 없는 군중이 만들어내는 '소음'이기에 데시벨의 수치에 따라 달라지는 폭탄 제한시간을 신경 쓰게 만드는 쫄깃함과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강도영의 행보에서 주는 긴장함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데시벨'의 매력은 초반부에 소진되어버렸다. 영화 시작을 장식했던 잠수함 한라함 이야기가 폭탄 설계자인 테러범이 소음 반응 폭탄을 만들게 된 원인과 맞물리게 되면서부터 캐릭터들 간 사연에 무게추를 두기 시작한다. 그 여파로 테러 액션 영화가 주는 재미는 반감된다.



특히나 테러범이 왜 일반 시민들을 겨냥한 폭탄 테러를 자행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강도영과의 관계, 그리고 잠수함과 얽힌 서사들이 중반부 이후부터 풀어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애쓰나 머리 위로 뜬 물음표를 지우기엔 역부족이다. 여기에 최루성 신파 몇 스푼 가미되니, 테러 액션 영화로서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그러면서 일부 캐릭터들도 눈에 거슬린다. 정성훈이 연기한 사회부 기자 오대오는 등장 내내 이질감을 심어준다. 억지로 엮이게 된 강도영과의 케미나 개그 캐릭터로서도 불합격이다.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져라)'가 안 되는 '흐름빌런'이다.


'VIP' 이후 오랜만에 악역으로 분한 이종석도 무언가 애매한 인상을 심어준다. 목소리만 등장할 때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가벼운 톤으로 갸웃하게 만들다가 중반부에 등장하면서 목소리 연기의 아쉬움을 만회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숨은 사연이 드러나면서 정체성이 붕괴된다. 선역에 비해 악역 연기는 2% 부족함을 지울 수 없다. 되려 연기 불안 요소(?)로 느꼈던 차은우가 의외의 선방을 펼쳐 스크린 연기에서 발전가능성을 보인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데시벨'은 재밌을 만한 장치들을 깡그리 긁어모아 영화에 투영했으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이도저도 아닌 답답함만 선물한다. 마치 뷔페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몽땅 담아 한꺼번에 우걱우걱 먹다 체하는 소리만 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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