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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22. 2022

겉모습과 다른, 속마음 '섬' 이야기

드라마 '썸바디' 리뷰

정지우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인 넷플릭스 '썸바디'는 제목부터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어느 '누군가', 혹은 그 '누군가'를 찾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주인공 김섬(강해림)을 상징하는 것일까, 혹은 인물들 마음속 섬과 바디(몸)의 이야기일지. 재밌게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앱 개발자 섬과 주변 친구들이 의문의 연쇄 살인범 성윤오(김영광)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요즘 데이팅 앱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됐고, 앱으로 연인 혹은 파트너를 찾는 것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낮은 진입장벽의 틈을 이용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는 게 단점이다. '썸바디'는 데이팅 앱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 연쇄 살인범과 그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로 녹인다. 그러나 이는 '썸바디'의 겉모습일 뿐 정지우 감독이 말하고픈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다. 


아스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섬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만든 친구이자 소통 창구인 AI '썸원'과 대화하면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던 중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 같은 성윤오에 무언가 홀리듯 빠져든다. 겉모습은 건축가, 본모습은 연쇄살인범인 성윤오 또한 김섬이 눈에 들어온다. 말도 잘 통하고, 어딘가 자신과 닮은 면이 느껴져 두 사람은 서로가 완벽한 반쪽이라 생각하고 접근하게 된다.



섬과 윤오, 섬의 친구 기은(김수연), 그리고 염기은의 친한 언니 목원(김용지) 이 4명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싶지만 3회에 접어들면서부터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 다 보이는 겉모습(앱 개발자, 건축가, 경찰, 무당)들 속에는 또 다른 속마음, 욕망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섬과 윤오는 범법자라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두 사람의 본질로 채워진 섬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섬과 기은이 겉모습 속에 꽁꽁 싸매 두며 숨겼던 성적 욕구가 '썸바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때로는 윤오의 욕구보다도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표현되는데,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드라마 속 4 명의 인물의 묘한 접점과 내면을 깊숙하게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특히 그동안 로코물이나 선한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던 김영광은 '썸바디'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공개해 충격을 선사한다. 무료한 듯 우스운 듯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싸늘한 비소, 여기에 타고난 크 체격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한다. 또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섬 역을 맡은 강해림은 '은교' 시절 김고은의 뒤를 잇는 마성의 마스크를 자랑한다. 


이에 반해 '썸바디'가 보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나 의미는 은유적으로 전하고 있기 때문에 정지우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개성이 확실히 살아있긴 하나, 심오한 면이 있기에 계속 곱씹으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극 중 종종 드러나는 자극적인 연출력이나 일부 장면들은 크나큰 호불호를 유발하고 있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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