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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14. 2023

아직 한 발 남았다!

영화 '존 윅 4' 리뷰

4편으로 컴백한 '존 윅 4'를 보고 나면 불현듯 원빈의 '아저씨'가 생각난다. 극 중에서 차태식(원빈)은 방탄으로 된 만석(김희원)의 차량 앞 유리창을 뚫기 위해 끊임없이 방아쇠를 당겨 결국 구멍을 낸다. 그런 뒤, 명대사로 회자되는 "아직 한 발 남았다"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한 발을 쏜다. 3편까지 나오는 동안 '존 윅' 시리즈가 다 보여준 것처럼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던 것 같다. 아직 보여줄 게 더 있었던 것 같다.


4번째 편으로 넘어오면서 '존 윅' 세계관은 확장됐고, 이에 맞춰 영화의 러닝타임도 3시간에 육박하는 169분을 자랑한다. 그래서 매우 큰 진입장벽이 있을 것처럼 보이나, 이전 시리즈와 동일하게 '존 윅 4' 또한 내용은 단순하다. 이번에도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생존하기 위해 상대방과 싸우고 죽인다. 그러면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물들을 해치운다.


러닝타임을 대폭 늘린 만큼, '존 윅 4'는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이 섭섭하지 않게 현재 선보일 수 있는 액션이란 액션은 깡그리 모아서 대방출한다. 긴 분량을 억지로 채우는 것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신 팔 수 없을 수준으로 준비해 뒀다는 것.


요르단 와디럼 사막을 배경으로 존 윅은 말을 타고 질주한 채 총격전을 펼치는 시퀀스는 할리우드 고전기의 메인스트림이었던 서부극 액션을 활용했고, 일본에서 벌어진 대격전에서는 이소룡, 토니 자 등 아시아 대표 액션 배우들을 떠올리게 하는 액션들이 쏟아졌다. 이번 편에서 존 윅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케인 역의 견자단이 선보이는 쿵후(를 응용한) 무술까지 더해지니 새로운 맛 그 자체다.


'존 윅' 시리즈의 시그니처 액션인 '건푸' 액션 또한 건재하다. 권총을 비롯해 장총, 단검, 장검, 쌍절곤, 활, 도끼 등 온갖 무기들을 쥐고 다양한 이동수단들을 활용해, 지구 전역을 넘나드는 장소에서 싸우고 죽인다. 존 윅이 한 명 한 명 '죽여주는' 액션을 할 때마다 전해지는 카타르시스가 커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된 '존 윅 4'의 액션이 집대성해 탄생한 장면이 바로 약 50분가량을 차지하는 프랑스 파리 시내 액션이다. 길거리에서 시작해 아파트 내부, 이어 개선문을 거쳐 몽마르트르 언덕 옆에 자리 잡은 푸아이아티에 222개 계단을 밟고 올라가 최종 목적지인 사크레쾨르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액션 합과 장면 하나하나는 독창적인 걸 넘어 엄청난 완성도까지 갖춰 경이롭다. 동틀 때까지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 도착해야 하는 존 윅이 222개 계단을 오르면서 사투를 벌이다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질 때마다 과몰입하게 만든다.


4편에 접어들면서 '존 윅'은 단순히 액션 퀄리티에만 힘을 준 것이 아니다. 캐릭터와 관계성. 서사 등에도 한 층 더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이때까지는 액션을 하나하나 나열했다면 '존 윅 4'에서는 액션과 액션 사이의 스토리라인을 적절하게 이어 붙여서 매끄러움을 가져다준다. 때로는 몰아붙이면서도 어떤 때에는 한 템포 쉬어가면서 완급 조절까지 하는 능력도 생겼다.


주인공 존 윅도 장편 영화가 하나씩 쌓여가면서 다양한 얼굴을 그려낸다. 무자비한 킬러였다가 '다정한 남편'으로 남고 싶은 낭만적인 남편으로, 어떤 때에는 유머러스한 면을 드러낸다. 존 윅을 중심으로 친구였다가 적수로 만난 케인의 우아함과 개를 데리고 다니는 킬러 노바디(셰미어 앤더슨)는 묵직한 한 방을 안겨주고, 최종빌런으로 등판한 빈센트 드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은 끝판왕 다운 아우라를 뿜어낸다.


물론 긴 러닝타임과 '존 윅'의 하드보일드 액션이 진입장벽이긴 하다. 또 약 1시간에 걸쳐 스토리의 빌드업이 진행돼 보는 이들에 따라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것만 버텨낸다면, 엄청난 황홀경이 보상으로 기다릴 것이다.


아직 남은 한 발을 발사하며 진일보된 모습으로 컴백한 '존 윅 4'. 이제는 남은 총알이 없어 보이겠지만, 스핀오프 영화 '발레리나'가 내년 개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뉴욕 컨티넨탈 호텔의 점장 윈스턴(이언 맥셰인)을 축으로 하는 프리퀄 드라마 시리즈도 제작에 들어간다. '존 윅' 시리즈 제작진의 다음 총알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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