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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10. 2023

전무후무한 신화에 이들도 있었다

영화 '에어' 리뷰

우리는 '역대급'에 걸맞은 위대한 인물을 향해 'G.O.A.T.(Greatest Of All Time, 역사상 최고의 인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주로 미국 스포츠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최초는 복싱 레전드 무하마드 알리에게 붙었다. 시간이 흐르고 오늘날에는 NBA, 아니 농구 역사의 위대한 선수로 일컫는 마이클 조던의 또 다른 애칭으로 사용되곤 한다(G.O.A.T.를 유행시킨 인물이 마이클 조던이다).


'영원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농구를 넘어 다른 스포츠 종목, 나아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전무후무한 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나이키의 대표 브랜드 '에어 조던'의 주인공. 스포츠계와 패션계를 뒤흔든 엄청난 신화를 할리우드 대표 절친 벤 애플렉, 맷 데이먼의 손을 거쳐 영화 '에어'로 탄생했다.  


오늘날에는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약 40년 전인 1984년은 그렇지 못했다. 조깅화로 성공을 거둔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컨버스, 아디다스에 밀려있는 언더독 포지션이었고, 마이클 조던은 NBA 신인 드래프트 3순위에 오른 신예였다. 존폐 위기에 몰린 나이키 농구화 부문은 필사적으로 마이클 조던을 설득해 그의 발에 자신들의 신발을 신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일단 '에어'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조던 없는 조던 영화'로 불린다. 핵심인물이 빠졌는 데다가 마이클 조던을 추천한 주인공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를 비롯해 영화 속 어느 누구도 조던의 재능을, 혹은 자신들의 농구화 기능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스토리를 판매한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영화는 '에어 조던'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최대한 담백하고 흡인력 있게 들려준다.



'노홍철 없는 노홍철 팀' 같지만 '에어'는 이를 '에어 조던' 신화에 함께 했던 캐릭터들 이들의 케미스트리로 메꿔나간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스카우트 소니 바카로와 나이키 CEO 필 나이트(밴 애플렉), 나이키 마케팅 담당 임원 롭 스트라서(제임스 베이트먼), 나이키 농부 부문 선수 관리 책임자 하워드 화이트(크리스 터커), 그리고 조던의 어머니 들로리스 조던(비올라 데이비스)과 조던의 에이전트 데이비드 포크(크리스 메시나)가 충돌하다가 한 목표 아래 손잡는 모습 등이 흥미롭다.


여기에 자신의 감을 믿는 바카로의 뚝심과 나이트의 CEO 다운 결단, 스트라서의 온화함, 화이트의 유머, 들로리스의 엄격함, 포크의 괴짜 기질까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서 마이클 조던 없이도 위대한 '에어 조던'을 만들어낸다.


'에어'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벤 애플렉, 맷 데이먼은 물론이며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라인업과 연기 케미는 두 말 필요 없는 훌륭함이다. 그중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 비올라 데이비스의 감정선은 실제 들로리스 조던의 심경을 완벽 재현하는 듯했다. 마이클 조던이 콕 집어 비올라 데이비스를 추천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


'에어'가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또 다른 이유는 길이길이 회자될 만한 대사들과 이에 맞게 교차 편집한 장면의 컬래버다. "당신이 신기 전에 이 신발을 그냥 신발일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신으면 신발 이상의 뭔가가 될 겁니다"라는 소니의 대사와 맞물려 마이클 조던의 실제 영상이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이래서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만난 영화는 언제나 옳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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