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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07. 2023

가장 뜨겁고 정직한 리바운드

영화 '리바운드' 리뷰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팀 내에서 리바운드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고, 그에 힘입어 북산고가 전국 최강 산왕공고를 물리치고 전국 대회 최고의 이변을 연출하는 '언더독' 신화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리바운드가 농구에 있어서 중요한 것. 


여기에 리바운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스포츠물이 등장했으니, 장항준 감독이 6년 만에 꺼낸 신작 '리바운드' 되시겠다. '슬램덩크'는 허구의 이야기라면, '리바운드'는 실화 바탕 영화다. 영화는 지난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기적을 만든 부산 중앙고를 극화했으며, 신입 코치 강양현(안재홍)이 오합지졸 선수로 농구팀을 꾸려 다음 해 전국 고교농구대회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로 만들면서 일부 각색이 되긴 했지만, 주요 전개나 경기 내용 등은 실화 그대로 흘러간다. 실존 인물들의 이름부터 키, 체형, 비주얼, 옷 색깔, 경기 순서, 상대팀, 선수들의 동선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낸 케이스다. 같은 농구 장르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비견될 디테일함을 자랑한다.


그리고 '리바운드'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착하고 착한 영화다.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지질함과 사랑스러움을 더해 꿈과 희망을 가득 채운 부산 중앙고 농구부를 친근하게 만들어낸다.



'리바운드'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공익복무요원(=사회복무요원) 출신 강양현 코치는 안재홍을 만나 귀엽고 정이 가는 인물로 탄생한다. 여기에 소소한 웃음까지 전하고 있어 안재홍의 대표 필모그래피인 '족구왕' 홍만섭 캐릭터, 혹은 '리바운드' 감독인 장항준을 떠올리게 만든다.


강양현이 지도한 중앙고 학생들로 분한 배우들도 눈에 띄었다. 이신영, 정진운, 정건주, 김택, 김민, 안지호 등은 실존 인물들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자연스레 몰입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다소 캐릭터들 간 관계성이나 서사 등이 불친절한 감이 없잖아 있으나, 큰 장벽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젊은 배우들의 힘 덕분이다.


이에 반해 스토리라인의 호흡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첫 대회에 참여하기까지, 그리고 재기하는 과정은 늘어진다. 특히나 후반부에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부산 중앙고의 기적신화 때문인지 더더욱 비교되는 지점이다. 비록 '슬램덩크'만큼은 아닐지라도 정직하게 스포츠물의 공식을 따름과 동시에 리바운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보는 이들을 뜨겁고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기 전, 모델이 됐던 실존 인물들의 현재를 찾지 않는 게 '리바운드'의 뜨거움을 느끼는 데 더욱 크게 와닿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신을 덧붙이자면, '리바운드'의 실존 인물들이 영화 속 어디선가 등장하니 한 번 찾아보는 맛도 있을 것이다. 엔딩 크레딧을 보는 순간, '아!' 하고 무릎을 탁 칠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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