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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21. 2023

김희애&문소리 만남이 곧 권력

드라마 '퀸메이커' 리뷰

김희애와 문소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두 명이 그동안 투샷으로 같이 나온 적이 없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그림을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가 해냈다. 엄청난 아우라를 지닌 배우 두 명이 만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권력이 아닐까.


김희애, 문소리라는 막강한 패를 쥔 '퀸메이커'는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의기투합한 두 여성 황도희(김희애)와 오경숙(문소리)의 연대를 그리고 있다. 얼핏 정치물처럼 보이지만, 정확하게는 선거판을 이용한 황도희의 복수극에 가깝다. 돈을 앞세워 권력을 남용하는 은성그룹의 악행에 내부자가 반란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원수였던 두 인물이 같은 목표를 향해 손을 잡은 성장과 화합의 워맨스다.


황도희는 대한민국 최대 재벌가 은성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10년 넘게 오너 일가의 믿음직한 해결사로 활약했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는 오너 일가의 선 넘는 행보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이들을 깨부수고자 은성그룹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복직 문제로 부딪쳤던 인권 변호사  오경숙을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게 된다.


'퀸메이커'의 필살기는 단연 11부작 전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주연 투톱 김희애와 문소리다. 김희애는 '역시'라는 표현에 걸맞게 대배우 다운 아우라와 내공을 뽐내며 '퀸메이커'를 앞에서 끌고 간다. 베테랑 해결사 다운 주도면밀하고 날카롭게, 그러면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 보는 이들의 흡인력을 끌어올린다. 조금 더 보탠다면, '부부의 세계'에 비견될 김희애식 복수극이라 해도 좋다.



'네버다이 진격의 코뿔소' 오경숙을 연기한 문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정의로운 심성, 이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서민의 영웅이자 가족의 대역죄인으로 친근감 있게 그려내면서 코뿔소처럼 뒤에서 밀어준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던 진경, 서이숙, 옥자연, 윤지혜, 김새벽, 김선영, 김호정이 '퀸메이커'에서 모두 메인스트림으로 등판한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 워맨스 파워를 높이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틀에 박혀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남성 중심 서사였다면 기시감이 강한 낡은 구조라고 비판받았을지도 모른다.


예측 가능한 서사이지만, 전개는 빠른 편에 속한다. 황도희와 오경숙이 손을 잡기까지 과정을 풀어내는 과정이 살짝 지루하긴 하나, 이 방지턱만 잘 넘는다면 이후부턴 술술 넘어가게 된다. 또 억지로 비틀거나 감추지 않고 오픈하는 등 영리함도 돋보인다.


'퀸메이커'는 독창적인 스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최대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 복수극의 정석을 달림과 동시에 정치극과 이상적인 워맨스까지 놓치지 않는다. 정말 보기 드문 김희애와 문소리의 만남을 '퀸메이커'가 적절하게 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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