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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16. 2023

택배기사님, 잘못 배송됐는데요?

드라마 '택배기사' 리뷰

오래전부터 주문하고 기다렸던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가 배달됐다. 그런데 처음 주문했을 때 기대감과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상품이 도착됐다. 택배기사님이 오배송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로 사막화가 진행된 지구에서 계급에 따라 산소가 통제되는 2071년 미래 한반도를 그린다. 가상의 미래에서 택배기사들은 살아남은 1%의 인류에게 산소와 생필품을 배송하고 택배기사 덕분에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셈. 대신 택배기사에게 생필품 조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헌터'로 변신해 약탈을 일삼고, 택배기사들은 '기사'들처럼 황폐한 상황을 뚫고 진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중 택배기사 5-8(김우빈)은 난민 출신에서 택배기사로 거듭난 전설적인 인물.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5-8을 선망하는 난민 사월(강유석)은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되면서 택배회사를 쥐고 있는 천명이 주최하는 택배기사 선발대회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다.


지금 모습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모래로 뒤덮인 압구정역이나 두 동강 난 남산타워 등 서울의 대표 스폿들이 폐허로 변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디스토피아 요소는 분명 흥미롭다. 천명의 지시 하에 산소가 통제된 상황에서 난민·일반·특별·코어로 나뉜 계급 사회나 신분이 상승할수록 더 좋은 마스크를 쓰는 것도 눈에 띈다. 심지어 최상류 층인 '코어' 주민들은 공기 자체가 정화된 세계에 살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구현한 것도 재미있다. 아낌없는 총격 액션까지 쏟아부으니 제작비 250억 원의 위력이 느껴진다.



허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은 매우 디테일한 구성과 개연성 등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보는 이들을 끌어당기는 끈끈한 흡인력이 필요한데, '택배기사'는 이를 간과한 듯하다. 6부작이라는 짧은 스토리임에도 박진감이나 긴장감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다.


시청자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겨야 하는 1회에서부터 '택배기사'는 아쉬움을 남겼다. 2071년 가상의 미래를 5-8의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뒤이어 택배기사의 기사다움을 보여주는 듯한 액션이 나오지만, 색다름을 주진 못한다.


특히나 5-8과 함께 '택배기사'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하는 사월 캐릭터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돌연변이라는 설정이나 택배기사 선발전을 통해서 보여주는 활약상 또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원작 웹툰을 즐겨봤던 팬들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이들과 대적하게 되는 빌런 류석(송승현) 캐릭터도 허술하다. 지배층 중 최고점에 오른 그가 왜 야욕을 드러내는지에 대한 서사나 개연성이 부실하다. 오로지 송승헌의 악역 연기로만 채워질 뿐.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2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달리고 있다곤 하나, '택배기사'의 설정이나 완성도는 분명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촘촘한 구성이 더해졌다면 '진부하다'는 꼬리표까지 뗄 수 있었을 텐데,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요란하기만 한 넷플릭스 대작들의 단면을 빼닮는데 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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