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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07. 2023

아직 좋아하기는 너무 일러

'가오갤3' 흥행 성공, 하지만 페이즈 4-5 반응은 신통치 않거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이하 '가오갤3')가 개봉 직후 흥행길을 걷게 되면서 영화를 내놓은 마블 스튜디오는 그동안 시달렸던 위기론으로부터 잠시나마 숨통이 틔였다. 그러나 여전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짙게 깔려있다.


지난달 3일 한국과 일본 시작으로 전 세계에 개봉한 '가오갤3'은 7억 5296만 6359달러(6월 4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벌어들이며 그동안 부진했던 MCU 영화의 잔혹사를 끊어냈다. 특히 '마블민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선 누적 관객 수 400만 5037명(6월 3일 KOBIS 기준)을 기록하며 역대 '가오갤' 시리즈 최다 관객수 동원,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 4595명) 이후 MCU 최다 관객 수를 찍었다.


사진='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


이를 보고 부진했던 MCU가 '가오갤3'를 터닝포인트를 삼아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다. 사실 '가오갤3'이 흥행했던 이유를 꼽자면, MCU가 그리려는 빅 픽처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년 전 3부작을 마친 MCU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처럼 10년가량 이어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트릴로지를 마무리하는 최종장이었다. MCU가 밀고 있는 페이즈 4-5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관객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다중우주나 멀티버스, 심오한 내용도 없다.


또 '가오갤3'가 사랑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1편부터 꾸준히 밀고 왔던 '모자라지만 유쾌한 별종들의 캐릭터'들을 한 데 어우르는 감동 서사다. 얼떨결에 형성된 유사 가족이 진짜 가족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줬다. 모자란 너와 내가 친구, 가족이 되며 '완벽한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는 이들의 가슴 깊숙이 새기고 떠났다.


'가오갤'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물러났지만, MCU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치나 만족감이 높은 편은 아니다. 여전히 앞으로 내놓을 새로운 작품들을 향한 걱정과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대체 왜 그럴까.


사진='어벤져스: 엔드게임'


MCU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깔리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러한 분석들의 뿌리를 하나둘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MCU의 역대급 스케일이자 어마어마한 한 획을 그었던 '어벤져스: 인티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비롯됐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은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사랑받은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스티븐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등을 위시로 한 어벤져스가 전 우주를 혼돈에 빠뜨리는 빌런 타노스(조슈 브롤린)와의 대전을 펼치면서 주목받았다. 액션, 스토리, 연출, 감동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두 편으로 거대한 방점을 찍으면서 MCU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인피니티 사가를 이끌었던 양대산맥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 양자역학 소재가 가져다준 멀티버스 세계관의 등장,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확장 등으로 힘을 줬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마블 스튜디오는 줄곧 흥행가도를 달려왔기에 성공을 자신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마블 스튜디오의 오만함이었고, 그들이 그린 그림은 관객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MCU는 전작을 복습해야 좀 더 이해하기 쉽다는 특성이 있어서 새로 유입하는 관객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다. 이를 보완하기는커녕, 더욱 복잡한 다중우주 이야기와 심오한 철학을 투영해 더욱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만 공개되는 MCU 드라마와 연결되는 내용까지 추가되면서 기존 팬들마저 부담과 피로감을 가져다줬다.


이는 '엔드게임' 이후 호평을 받았던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이나 '가오갤3'만 보더라도 쉽사리 비교가 됐다. '엔드게임' 정도만 관람하고 이전 내용만 간략히 알더라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MCU가 페이즈 4와 5에서 왜 '실패', '부진' 키워드를 달면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리고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이후 새로운 사가로 향하는 MCU의 구심점이 되어줄 대표 히어로도 보이질 않는다. 새롭게 소개된 히어로 캐릭터들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고, 어벤져스 멤버로 활약했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호크아이(클린트 바튼/제레미 레너), 앤트맨(스캇 랭/폴 러드) 등은 '새로운 스토리'에 소모된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두터운 팬덤을 지녔던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조핸슨), 스파이더맨(피터 파커/톰 홀랜드)까지 떠났으니 갑갑하기만 할 뿐.


여기에 MCU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까지 불거져 불호 반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MCU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알론소 前  총괄 프로듀서는 해고된 뒤 수익성을 위해 취했던 '선택적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을 폭로했고, 크리스 리를 비롯해 몇몇 인물들이 작가들을 향한 마블의 갑질 및 쪽대본 논란 등을 전했다. 이에 마블 스튜디오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사진=마블 스튜디오


인피니티 사가 때만큼의 위용을 갖추지 못하자, 마블 스튜디오 내부에서도 '위기'를 직감한 모양이다.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는 '모건 스탠리 기술, 미디어 및 통신 콘퍼런스'에서 "마블엔 7000여 개 캐릭터와 수많은 스토리들이 있다. 특정 캐릭터를 몇 번이나 다시 볼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속편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잘 맞았지만 과연 3편, 4편이 필요할까. 아니면 다른 캐릭터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일까"라고도 반문하며 MCU가 그동안 밀고 있던 속편 전략 그 이상이 수정될 수 있다는 암시를 전했다.


밥 아이거의 발언 이전에 MCU는 페이즈4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 페이즈5를 통해 공개 예정인 작품들의 공개일자를 대폭 수정했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이었던 '캡틴 마블'의 후속작 '더 마블스'는 11월로 변경했고, 페이즈5, 6로 만날 영화들 중 4편 또한 연기됐다. 그러나 미국 작가조합 파업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MCU 작품들의 공개일은커녕 제작이 온전히 이뤄질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여기에 '가오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감독 제임스 건이 '가오갤3'를 끝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라이벌인 DC 스튜디오 CEO로 본격 활동한다. 이미 그는 그동안 흥행참패를 거뒀던 DCEU(DC 확장 유니버스)를 뿌리부터 갈아엎겠다며 리부트를 천명했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능한 감독을 라이벌에게 빼앗겼으니 MCU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사진=마블 스튜디오


아직 MCU에게 희망은 남아있다. 한낱 유행에 그치지 않고 대중의 인기를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관객들의 흥미를 끌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 '블랙 팬서'처럼 단순히 히어로 장르를 넘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여러 가지 해석거리를 제공하는 것,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 뒤를 이을 주자를 찾는 것 등이 있다. 말은 쉽지만, 지금보다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 번 흥한 것은 언젠간 쇠퇴하기 마련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MCU와 히어로 영화 장르 또한 약 100여 년 전에 할리우드에서 대유행을 했다가 쇠퇴기를 맞이했던 서부극 장르를 따라갈지도 모른다. 물론 강산이 여러 번 바뀌어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심슨네 가족'처럼 스테디로 남을 수도 있다.


'가오갤3' 이후 다음 타자는 오는 21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는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등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 오는 11월 개봉하는 '더 마블스'다. MCU의 입지는 이 두 작품을 향한 대중의 반응이 말해줄 것이다. '영화산업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MCU의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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