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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6. 2023

명실상부 '예능 대세'가 된 이단아

'돌연변이' 기안84가 예능 대세로 떠오를 줄 누가 알았을까.

어느 순간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연예인'으로 정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로 방송계에 종사했던 이들(가수, 배우, 코미디언, 아나운서 등) 뿐만 아니라 '비연예인' 카테고리에 분류됐던 이들까지 출연하고 있어서다. 아마 시대에 흐름에 따라 엔터테인먼트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일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엔터테인먼트에 발을 들여놓으며 예능 여기저기에 출연하지만, '대세' 혹은 '정상' 자리까지 올라가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비연예인'들이 겪는 부작용이나 양날의 검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짝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진=MBC


그런 의미에서 웹툰 '패션왕', '복학왕' 작가 기안84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비연예인으로 방송계에 뛰어든 그는 언제부턴가 방송연예대상에서 꾸준히 상을 받는가 하면, 백상예술대상에 남자예능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가장 유력한 'MBC방송연예대상' 대상 후보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고, 전년도 수상자인 전현무가 그를 견제(?)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물론 그가 본격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하던 2016년부터 대중에게 호감형 이미지는 아니었다. 7년 간 고정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자신의 삶을 공개했을 때에는 '충격 그 자체'였다. 후줄근함을 넘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줬고, 이에 비견되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기행이 드러나면서 단번에 대중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그린 웹툰에서 여성 혐오, 장애인 비하 표현 의혹을 받기도 했고, 시상식 TPO와 맞지 않는 패딩 복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 패션쇼에서 성훈을 큰 소리로 불러 민폐 논란을 불러왔고, '나혼산' 무지개 회원이나 게스트들에게 한 필터링 없는 표현들이 꾸준히 구설에 올랐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보에 '나혼산' 퇴출 여론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이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시청자들에게 미운털 박혔던 방송계 돌연변이는 현재 예능 트렌드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그는 '나 혼자 산다'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인물이 됐고, 지상파 예능에서 첫 메인 롤을 맡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1, 2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고 급부상 중이다. '태계일주'의 경우, 일찌감치 시즌 3 제작까지 확정 지은 상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기안84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짧은 시간에 기안84는 달라지지 않았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남자는 2016년이나 2023년 현재나 한결 같이 '날 것의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생각이 떠오르는 선에서 (남을 해치거나 범법 행위만 아니라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지른다. 그런데 대중은 기안84를 예전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기안84와 절친한 웹툰작가 주호민이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게임을 하던 중 "희민이(기안84)는 평소에도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살고 있네?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어"라고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주호민처럼 대중 또한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기안84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그의 기행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올해 초 방영됐던 '나 혼자 산다' 기안84 편이 대표적인 예였다. 비록 6월에 만 나이로 적용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1~2살 어려지긴 했지만, 해당 방영분에서 기안84는 40대 진입을 앞두고 "덤덤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좀 싫었다"라면서 자신이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에 서글픔을 느꼈다. 이어 "젊은이는 20~30대라고 이야기하고, 40대는 40~50대에 들어가지 않냐"라고 이야기해 '나혼산' 출연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그는 40대를 맞이하는 차원에서 해돋이를 보러 제부도로 향했다. 그는 "요즘 MZ들은 서해에서 일출을 봅니다"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의 이면에 여전히 청춘이고 싶은 기안84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는 나이를 하나 둘 먹으며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대변했다. 


'나혼산' 500회 특집으로 홀로 춘천으로 바이크 여행을 떠났던 에피소드에서도 기안84의 진솔함이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10~20대에 쓰던 생각 노트를 꺼내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써 내려가며 감성을 폭발시키는가 하면, 혼모(혼자 모텔)하는 이유에 대해 "낯선 지역, 낯선 모텔에 와서 자면 우주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 있다. 그때 나를 더 곱씹어 보는 것 같다"라며 고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현무와 통화하면서 혼자 사는 삶과 연애 등 다양한 고민들을 나누며 오늘날 현대인들과 공감대와 형성했다.


사진=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여행 예능 '태계일주' 시리즈는 기안84, 아니 본캐 김희민의 인생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적으로도 친한 '태계일주' 김지우 PD와의 사담에서 출발한 '태계일주'는 '기안84가 왜 이 여행을 떠나는가'에 대한 이유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본인피셜 "타성에 젖었고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기안84는 오랫동안 품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고자 여행을 떠나되, 작위적인 예능 문법을 최대한 지양한 채 시청자들에게 진솔함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40년 가까이 고수해 온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국내를 넘어 해외여행에서도 드러냈다. 그는 장소가 어디든 아무렇지 않게 옷을 널었고, 거리에 구겨져 앉아 밥을 먹었으며, 아마존이든 갠지스강이든 물이라면 일단 들어갔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섞이고, 문화나 문물을 받아들임에 있어 일체의 선입견과 편견 없이 받아들였다. 


이쯤되면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존버하는 마음으로 버틴 '나혼산' 제작진의 뚝심이 옳았다. 잘 모르고 봤을 때 무례해보였던 기안84의 애티튜드가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인정받게 됐으니 말이다. 현재까지 꾸밈없는 야생성으로 한 길만을 걸어온 기안84, 예능계의 이단아가 이제는 명실상수 예능 대세가 됐다.


사진=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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