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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31. 2023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의 답

드라마 'D.P.' 시즌2 리뷰 

(※ 해당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뭘 할 수 있는데...?"


한호열(구교환)이 조석봉(조현철) 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실어증에 걸렸을 무렵, 그는 말을 못 하는 대신 자신의 태블릿 패드에 적어놓은 예비 답변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그중 눈길을 끄는 한 마디가 "뭘 할 수 있는데...?"였다. 시즌2로 컴백한 'D.P.'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은 6부작이다.


시즌1에 이어 'D.P.' 시즌2에서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과 이들을 쫓는 D.P.조(Deserter Pursuit, 군무이탈체포전담조) 듀오 안준호(정해인), 한호열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두부터 눈길을 끄는 건 부제다. 보통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면 '1. OOO'으로 정하기 마련인데, '07. 장마'라고 설정해 시즌1과 곧바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시즌2는 1화가 아닌 7화로 시작한다. 시즌1이 큰 사건으로 마무리됐고, 그 사건이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는 한준희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


시즌1 말미에 공개됐던 김루리(문상훈) 일병의 총기난사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D.P.' 시즌2 포문을 열었다. 그의 탈영으로 인해 김루리가 부대 내에서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고, 이로 인해 103사단을 넘어 국군본부까지 사건에 개입해 서사의 스케일을 대폭 확장시켰다.  


그러면서 시즌1에서 뿌렸던 떡밥들을 하나둘 회수함과 동시에 안준호의 군생활에 큰 충격을 안겼던 사건과 인물들이 재소환된다. 그래서 내용을 잊어먹었거나 시즌2부터 'D.P.'를 본격 접하는 이들은 시즌1 복습이 필수다.


여기에 'D.P.'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함께 얼굴을 내비친다.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과 법무장교 서은(김지현) 중령, 그리고 고등검찰부 군수사관 오민우(정석용 분) 준위는 기존 등장인물들과 강하게 부딪히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100% 수행한다. 이들과 부딪치며 연대를 형성해 가는 박범구(김성균) 중사와 임지섭(손석구) 대위의 관계성 변화도 또 다른 볼거리다.



시즌1 못지않게 이번 에피소드들도 개별적으로 강렬하다. 시즌2 메인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루리를 비롯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니나가 되기 위해 장기 탈영한 드랙퀸 장성민(배나라), 그리고 GP에서 발생한 의문사 당사자인 나중석(임성재) 하사와 신아휘(최현욱) 병장은 쉴 틈 없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압도한다. 그동안 유튜브 콘텐츠나 드라마 카메오 등으로 연기력을 뽐냈던 문상훈은 시즌1 조현철에 비견될 아우라와 존재감을 자랑한다. 특히 8화(시즌2 2화)의 수류탄을 들고 대치하는 장면이나 12화(시즌2 6화) 법정신에서 흘리는 눈물은 보는 이들마저 울린다. 배나라는 장성민의 서사를 하나의 뮤지컬로 승화시켜 눈도장을 받고, 최현욱과 임성재는 치열하게 맞붙는 신으로 폭발력을 배가시켰다.


시즌1에서 선보였듯이 'D.P.' 시즌2에서도 여전히 웃음과 눈물을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가져간다. 그래서 보기 힘든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드러나도 마냥 무겁지 않고 군데군데 웃음을 유발하는 구간을 두며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이를 발판 삼은 안준호, 한호열 두 캐릭터의 감칠 맛 나는 티키타카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푹 빠진다.


하지만 시즌2는 어둡고 안타까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한줄기의 희망을 불어넣으려고 의식한 듯한 의도도 보인다. 그 예가 안준호의 탈영(?)이다. 무언가를 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기 위해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그가 대전까지 가는 과정과 이와 맞물려 선보이는 열차 내 1대 다 격투 신은 '이건 좀 투머치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D.P.' 시즌1의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건 이해했으나, 예상치 못한 인물들과의 우연적인 만남이 남발한다는 것도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를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D.P.' 시즌2는 시즌1에 이어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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