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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03. 2023

'김성훈X김성훈' 조합은 믿고 볼 만 하지

영화 '비공식작전' 리뷰

똑같은 소재라도 '김성훈(하정우 본명)X김성훈(감독)' 조합이라면 만난다면 왠지 모를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터널'로 호평을 받았던 이들은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재회해 자신들의 조합이 믿고 볼 만하다고 관객들 앞에서 또 한 번 증명했다.


'비공식작전'은 1986년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도재승 서기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배경과 시기, 외교관이 납치됐다 1년 9개월 만에 풀려났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스토리 대부분은 김성훈 감독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다. 레바논 내전 당시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한국 외교관으로부터 1년 8개월 만에 구조 요청 연락을 받은 외교관 이민준(하정우)은 구출 임무를 받고 홀로 레바논 베이루트에 입국했고, 우연히 현지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를 만나 외교관 구출작전에 함께 하게 된다.


위험한 국가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비공식작전'은 앞서 공개됐던 '모가디슈'나 '교섭'을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든다. 아무래도 비슷한 자연환경과 위기상황, 여기서 비롯되는 인물 간 갈등 구조 등이 낯익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비공식작전'은 앞서 언급된 두 영화보다 심플하고 밝은 편이다. 무거운 임무보다는 임무를 수행하는 두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과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우직한 이민준과 기회주의자 김판수의 밀당, 그리고 엉뚱한 해프닝들 속에서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두 주연 배우인 하정우와 주지훈은 '비공식작전' 속에서 '하정우'스럽고 '주지훈'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하정우는 다소 속물적이지만 직업의식은 투철한 이민준으로 분하면서 특유의 투덜거림과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지훈은 너스레와 건들거림 속에서도 막상 시키는 건 다 하는 캐릭터 연기를 펼친다. 삐걱거리면서 점점 마음이 맞아가는 낯익은 버디무비 맛의 향연이다.


서사와 캐릭터의 무게감이 빠진 대신 김성훈 감독의 특유의 쪼는 맛이 가득한 연출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캐릭터인 이민준과 김판수는 신체적 한계가 뚜렷하지만, 현지 지형지물을 이용해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실생활급 액션신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아찔함 그 자체인 카체이싱을 비롯해 영리하게 짜 맞춘 액션신으로 긴박함, 웃음, 카타르시스 모두 선물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떠들썩하던 시대에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민준, 김판수의 구출작전을 그린 '비공식작전'은 외무부와 안기부 간 대립도 그려내  '국가'의 의미를 묻긴 하나 김성훈 감독의 전작인 '터널', '킹덤' 시리즈나 비슷한 소재였던 '모가디슈'에 비하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약하다. 이는 애초에 오락영화에 중점을 맞춘 영화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아쉽게 다가온다. 의도적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게 억지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또 유치한 인상을 주는 장면도 군데군데 보이고 하정우와 주지훈 두 배우의 실질적 친분이 캐릭터 케미에 오버랩돼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실화 기반 이야기이기에 진정성만큼은 확실하게 녹아들어 있다. 또 누구나 아는 맛인데도 이를 맛깔나게 버무렸기에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킨다. 이래서 '김성훈X김성훈' 조합이 믿을 만한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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