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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04. 2023

눈물착즙하는 신파와 함께 달 탐사

영화 '더 문' 리뷰

한국 영화 자체적으로 우주 탐사 영화를 만들어내다니! 분명 대단한 일이긴 한데, 하필이면 눈물착즙 신파와 함께 달 탐사하러 떠난 것이 문제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으로 등극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이 그렇다.


'더 문'은 2029년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달 탐사선 우리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달로 향하던 중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치는 바람에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홀로 남겨진다. 그를 무사 귀환시키기 위해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 등 우주인들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더 문'은 김용화 감독식 연출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미스터 고'를 비롯해 '신과함께' 시리즈, '백두산', '승리호' 등에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CG 기술을 선보였던 그는 '더 문'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집대성시킨다. 할리우드 SF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 280여 억 원을 들여 탄생한 달의 비주얼은 경이롭다. 초반부에 어설픈 흔적이 보이긴 하나, 영화가 전개될수록 김용화 감독 사단의 덱스터 스튜디오표 시각특수효과는 시선을 강탈한다.


김용화 감독표 신파 코드(용서, 구원, 위로 등) 또한 '더 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 간 얽힌 관계나 전개, 개연성, 설정 등이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기본이며, 중요할 때마다 신파요소를 부각해 관객들의 눈물을 착즙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달에 홀로 고립된 황선우가 귀환하는 과정을 본격 다루는 후반부에는 감정 호소하는 분량이 더 많다는 것. 그래서 영화로부터 'No Signal(노 시그널)' 되어 길을 잃은 기분까지 느껴진다.



SF의 외형을 입은 K-신파 스토리에 지루함이 강하게 몰리는 가운데, 어려운 우주 과학 용어들도 꽤나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위급한 상황인 건 잘 알겠으나,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긴급한 상황 보고 속에 쏟아지는 용어들의 설명이 부족하고 배우들의 대사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자막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달 탐사하러 가는 내내 맞이하는 난제의 연속과 같은 '더 문'을 하드캐리하는 건 도경수다. 사실상 영화를 홀로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그는 달에 고립된 상황에서 희망과 절망, 양가적인 감정을 막힘없이 표출해 낸다. 가수 이외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100% 발휘한다.


베테랑 배우 설경구와 김희애 또한 눈길을 끌긴 하나 도경수만큼은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는 두 사람의 연기력을 펼치기엔 각자 맡은 캐릭터들의 설정에서 한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외 조한철, 홍승희 등 일부 배우들의 연기가 '더 문'의 톤 앤 매너와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인상도 심어준다.


결국 '더 문'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우주 간접 체험'이다. 할리우드에서만 봐왔던 기술력이 한국 영화에서도 만날 수 있고, 이는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등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고퀄리티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표 신파 코드는 큰 호불호 요소다. 적절한 휴머니즘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겨줄 수 있겠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머치한 정서다. 이번 텐트폴 영화 전쟁에서 흥행 참패를 하게 된다면, 이는 놀라운 기술력을 집어삼킨 과한 신파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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