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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7. 2023

숨 참고 해양활극 다이브!

영화 '밀수' 리뷰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주특기였던 범죄오락 영화로 컴백했다. 신작 '밀수'를 보고 있노라면 '맞아, 역시 류승완은 이게 전문이었지'라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올해 한국 텐트폴 영화 중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밀수'는 격동의 시절인 1970년대 가상의 어촌 군천을 배경 삼아 당시 성행했던 '해양 밀수'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해녀 조춘자(김혜수), 엄진숙(염정아) 일행은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들을 건지다 일생일대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언뜻 보면 그동안 많이 접해왔던 활극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긴 한데, '밀수'는 예상을 깨는 지점들이 군데군데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캐릭터들부터 밀도 높은 플롯들, 시원시원한 액션들까지 갖추고 있다.


'밀수'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충무로 대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여 캐릭터 쇼를 펼친다. 어느 누구 하나 반전 없는 캐릭터가 없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얽히고설키는 관계성 및 케미들도 끊임없이 홀리게 만든다.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있는 김혜수, 염정아가 가장 먼저 돋보인다. 김혜수는 그동안 본 적 없는 쨍하고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염정아는 묵묵하게 자기 길을 걷는 묵직함으로 존재감을 어필한다.



두 여성 배우들의 양 날개로 뻗어있는 배우들도 눈길이 자연스레 간다. 조인성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분량은 적은 편이나, 시종일관 화보를 연상케 하는 아우라를 뽐내며 러닝타임 내내 함께 달리는 느낌을 준다. 박정민, 고민시는 '밀수'에서 영혼을 갈아 넣는 연기력으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또 김종수는 이장춘 계장 역 그 자체로 분한다.


1970년대 분위기를 한껏 살린 레트로 비주얼 또한 단단히 한몫한다. 곳곳에 널린 그 시절 소품과 등장인물들의 패션, 소소한 액세서리, 그리고 타투까지 디테일함을 잘 살렸다. 또 청량함 최대치를 채우는 푸른 바다와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는 어떠한가. 시원함이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이다. 여기에 '밀수'로 영화 음악감독으로 깜짝 변신한 장기하의 적절한 음악 선곡은 귀를 끊임없이 휘감는다.


또 류승완 감독의 장기 중 하나인 액션이 바다 안팎에서 펼쳐진다. 바다 밖에선 호텔서 펼쳐지는 1대 다 액션이 눈길을 끈다. 특히 권 상사(조인성)는 호텔의 좁은 복도와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빠르고 치명적인 액션으로 절로 감탄을 유발한다. 이때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가 BGM으로 깔리면서 액션이 극대화된다.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액션 신은 단연 압권이다.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해녀들의 특성을 100% 발휘해 자유로이 공간을 활용함과 동시에 숨이 가빠질 만큼 긴장감과 박진감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해녀들의 유쾌한 팀워크도 살아난다. 말 그대로 '숨 참고 해양활극 다이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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