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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1. 2023

무난하게 현지화 성공한 원조 맛집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리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대단한 도전이다.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 원작을 사랑하는 두터운 팬덤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잘해도 본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작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조 맛집을 뛰어넘진 않았지만, 무난하게 현지화에 성공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 연준(안효섭)을 그리워하는 준희(전여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준(안효섭)의 죽음을 믿지 못하던 준희는 유품을 정리하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한 여자와 연준, 그리고 모르는 남자가 웃고 있는 사진을 발견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러던 중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가 담긴 택배를 받게 되고 준희는 버스에서 노래를 들으며 잠들게 되는데 1998년 병실에 누워있는 민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눈을 끈다. 눈앞에 보인 건 죽은 줄 알았던 연준인데, 자신은 연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준희는 2023년에서 왜 1998년으로 오게 됐는지 이유가 서서히 드러난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총 21부작인 '상견니'를 12부작으로 축소해 리메이크했다. 중간에 생략된 부분도 있지만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각색해 차별점을 두기 보단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한국화 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현지화 작업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건, 원작에서 타임슬립 음악으로 사용됐던 대만의 인기곡 '라스트 댄스'가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로 바뀐 것.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잘 맞아떨어져 떠나보낸 이들을 그리워하는 아련함과 애틋함을 더했다.



또 등장인물들의 주무대인 1998년과 2023년 이외 2002년, 2007년 등 여러 시대를 대변하는 디테일한 소품과 디자인에 한국적인 감성을 입혔다. 여기에 선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뉴진스의 '아름다운 구속'을 비롯해 'Never Ending Story', '벌써 일년', '사랑과 우정 사이' 등 추억의 명곡들이 리메이크되어 재탄생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너의 시간 속으로' 캐스팅 단계에서 관심을 모았던 세 배우 전여빈, 안효섭, 강훈 또한 이 드라마의 키포인트다. 원작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쳤던 커자옌, 쉬광한, 스보위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다소 배우들의 연기력이 싱크로율만큼 두드러지진 못했다. 배우들 자체의 연기력 문제가 아닌 캐릭터 설정이 걸렸다. 전여빈이 연기한 2023년 준희와 1998년 민주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 캐릭터인데 내성적이고 소심한 민주의 존재감이 생각만큼 잘 드러나지 못했다. 이어 안효섭이 연기한 남시헌 캐릭터는 나이 들었을 때 분장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일련의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심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 생뚱맞은 느낌이었다. 이들과 달리 정인규 역을 맡은 강훈은 청량함 가득한 원작 캐릭터를 100% 표현해 냈다.


원작의 큰 틀을 그대로 이어받다 보니, '상견니'의 단점 또한 똑같이 따라갔다. 예를 들면, 똑같이 카세트 음악을 듣고도 타임슬립을 하는 경우와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이유, 한준희와 권민주 또는 남시헌과 구연준이 왜 똑같이 생겼는지 등 개연성에 빈틈이 생기는 부분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렇기에 원조맛집의 현지화는 무난하게 성공했지만, 원조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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