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8일의 밤' 리뷰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검은 사제들'이 작품성, 상업성에서 모두 사로잡은 게 계기가 돼 '한국형 오컬트'를 표방한 영화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최소 매해 한 편 이상씩 대중과 만났으나, 그중 인정받은 작품 수는 손에 꼽는다. 디테일 묘사라던지 이야기 밀도, 캐릭터 깊이와 관계성 등에서 아쉬운 허점을 남긴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
7월 2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제8일의 밤'도 한국형 오컬트 장르에 속한다. 눈과 8, 무한대(∞) 기호를 소재 삼았다. 또 초반부에 부처와 악마 간 오랜 역사를 이어온 대결 구도가 있었음을 친절하게 설명해 호기심을 유발했고, 여기서 불교적 색채로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이미 '사바하'에서 접하긴 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불교 색채로 가득 채운 오컬트 영화는 '제8일의 밤'이 최초일 것이다.
김준철(최진호)이 오랫동안 봉인된 붉은 눈을 깨울 때만 하더라도 8일간 일어날 사건들이 신비롭고 긴박감 있게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전개될수록 쫀쫀하기는커녕 느슨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도입부에 내걸었던 선과 악 구도와 이를 뒷받침할 자료들을 살리지 못했고 지루하다 느낄 만큼 지나치게 느린 속도가 원인이 됐다. 6일차까지 무의미하게 매서운 속도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붉은 눈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또 붉은 눈의 공포감을 극대화시켜줄 CG효과는 마치 관람하는 이들에게 '무섭지?'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짙었다. 공포감이 전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무서워할까.
영화 속 붉은 눈과 얽혀 있는 이들은 많다. 악마의 부활을 막으려는 승려 진수(이성민)와 청석(남다름)을 비롯해 의문의 사건들을 추적하는 경찰 듀오 호태(박해준), 동진(김동영), 그리고 의문의 여인 애란(김유정)까지 메인 플롯에는 많은 인물들이 개입해 사건을 이끌어나갔다.
그러나 인상을 주거나 극적 흐름을 좌우할 인상적인 장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석이 묵언수행이 깨지면서 단번에 가벼운 캐릭터로 전락하듯, 미스터리 분위기가 중반부에 가벼운 농담이나 휴머니즘 코드 등이 개입되면서 와장창 깨졌다. 되려 세대를 초월한 버디무비로 다가왔고, 이로 인해 후반부 클라이맥스나 메시지 등도 와닿지 않았다. 이들은 입을 열지 않은게 더 매력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더 꼽는다면, 김유정이 연기한 애란 캐릭터의 존재 이유다. 시종일관 '제8일의 밤' 내에서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요한 포지션임에도 다른 인물들과의 한데 섞이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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