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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08. 2021

블랙 위도우가 조금 섭섭하겠는걸

영화 '블랙 위도우' 리뷰

마블 영화 팬들은 블랙 위도우(스칼렛 조핸슨)를 보며 마음 한편에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통틀어 가장 빛났고 매력적인 여성 히어로였음에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해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그려진 최후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 


그렇기에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인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 2'부터 지켜본 MCU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이자,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더불어 '엔드게임'까지 달려온 어벤져스 사가의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 시간대를 배경 삼으나, 10년 넘게 서브 주연급으로 등장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블랙 위도우의 숨겨진 서사들을 러닝타임 134분에 함축해 녹여냈다. 영화는 초반부 15분가량 블랙 위도우의 어린 시절 전사에 할애했고, 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갔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비슷했다. 또 자신의 과거 기억을 되찾아가는 '본' 시리즈와도 비슷한 결이 느껴졌다. 



영화는 가족과 자유, 그리고 해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잡고 스토리로 풀어갔다. 피로 나눈 사이는 아니나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가족 체제를 이뤘던 이들과 재회하며 유사가족의 감정선을 그려냈고, 동시에 과거 자신을 억압했던 레드룸에 비슷한 처지에 처한 여성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를 위시로 한 히어로 팀과 대척점인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 세력 간 관계성은 뻑뻑했다. 일반 스파이물 액션영화였다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준이나, 거미줄처럼 아기자기하게 연계성을 쌓아온 MCU 영화 기준에선 입체적이고 중요 역할을 차지했던 다른 작품들의 악역들에 비하면 단면적이다. 


그래도 블랙 위도우와 동생 옐리나(플로렌스 퓨)가 그리는 케미와 액션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활력을 전했다. 시스터후드를 앞세운 액션신들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근사했다. 특히, '블랙 위도우'로 MCU에 합류한 플로렌스 퓨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블랙 위도우’를 통해 액션까지 곧잘 소화하며 연기력이 무르익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MCU 연대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의 등장은 또 다른 블랙 위도우를 기대케 하는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듯했다. 


바통 터치처럼 비치다 보니 스칼렛 조핸슨의 활약상을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운 맛이 남을 수도 있다. '엔드게임'까지 못다한 이야기를 쏟아내긴 하나, 뒤늦은 임무수행을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자신의 정체성을 되짚기보단 액션에 치중한 듯한 모양새다. 여기에 옐레나의 적잖은 비중 탓인지 블랙 위도우를 향한 몰입도도 분산됐다. 블랙 위도우에겐 조금 섭섭한 마무리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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