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ul 01. 2021

어설픈 이해가 만든 엉성 요란 서스펜스

영화 '미드나이트' 리뷰

'미드나이트'는 여러모로 나홍진 감독의 대표작 '추격자'를 연상케 한다. 한밤중 동네 이곳저곳을 전력질주하는 추격전,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범죄자, 그를 추격하는 자, 그리고 범죄자에게 희생되는 피해자 등이 닮았다. 다만, '미드나이트'는 범죄자의 또 다른 타깃이 추가됐다.


영화는 시작부터 연쇄살인범 도식(위하준)의 잔혹한 범죄와 사이코패스 기질 등을 강조하며 '극악무도한 나쁜놈'이라는 걸 알렸다. 동시에 그와 관련된 서사나 전사 등은 통째로 생략하는 간결함으로 메인 플롯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경미(진기주)와 엄마(길해연)가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설정을 초반에 깔아두며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피를 흘리고 쓰러진 소정(김혜윤)을 발견한 뒤, 도식과 숨 막히는 첫 번째 추격전을 펼칠 때만 하더라도 제법 쫄깃한 맛이었다. 그러나 경미 모녀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전봇대로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 군더더기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허점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식은 경미 모녀에게 접근해 과감하게 자기 신분을 밝히고 경찰이 잠시 자리 비운 사이 파출소에서 종탁(박훈)과 난투극을 벌이는 대범한 행동을 취하나, 이는 지능적이지 못한 살인범의 단면만 부각했다. 충동적인 행동과 연기력으로 상황을 벗어나려는 지겨운 패턴의 연속으로 몰입도를 깨뜨렸다. 대중에게 인상을 남겼던 연쇄살인범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탄식만 쏟아진다.


도식의 악랄함과 경미 모녀의 핸디캡을 극대화시키려고 무능한 경찰, 군인의 등장과 번화가 한복판에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청각장애인의 손길을 뿌리치는 과하게 염세적인 시민들을 배치시켰다. 마치 '추격자'에서 지영민(하정우)에게 쫓기는 김미진(서영희)을 곤경에 빠뜨리는 슈퍼아줌마 같은 눈치 없는 빌런들을 후반부에 꾸준히 깔아 둔 셈이다. 


이는 한국사회 시스템을 어설프게 파악한 연출자가 빚어낸 상상력 때문이다. 한 예로 방범용 CCTV에 말할 수 없는 경미 모녀는 문자로 경찰과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권오승 감독은 중요한 디테일들을 경시했다. 그 결과,  깔끔할 수 있었던 서스펜스를 엉성하고 요란하게 만들었다. 시종일관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한 진기주의 연기혼은 헛고생이 됐다.


★☆



매거진의 이전글 주인공보다 군무에 집중하길 잘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