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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30. 2021

주인공보다 군무에 집중하길 잘했어

영화 '인 더 하이츠' 리뷰

케빈 로사리오(지미 스미츠)가 고향인 카리브해를 떠나 뉴욕 워싱턴하이츠에 정착해 택시회사를 차릴 때, 사명을 '오한라한'으로 명명했다. 당시 동네 주류였던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을 의식한 네이밍이었다. 세월이 흘러 워싱턴하이츠는 라티노, 히스패닉 미국인들이 터를 잡아 주 구성원이 됐고, 케빈 또한 사명을 '로사리오'로 변경했다. 뮤지컬 원작 영화 '인 더 하이츠'의 극 중 배경인 워싱턴하이츠의 역사다.


'인 더 하이츠'는 우스나비(앤서니 라모스)와 바네사(멜리사 바레라), 니나(레슬리 그레이스)와 베니(코리 홉킨스) 두 커플 간 스토리로 나뉘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자 작은 꿈(El Sueñito)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젊은 청춘들이다. 그러다 두 이야기가 하나로 섞이게 되는데, 이는 이들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변환되고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한 걸음 나간다.



주인공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감정선, 서사가 다소 단순해 디테일하지 못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메인 캐릭터의 매력을 중시하는 이들에겐 단점일 수 있다. 그러나 '인 더 하이츠'는 인물 네 명의 이야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들과 함께 워싱턴하이츠에 거주하는 중남미계 이민자들 모두 영화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조연격인 클라우디아(올가 메레디즈)의 솔로 넘버를 따로 부여한 이유도 이와 같다. 


그래서 개개인보단 주로 큰 그림이 많고 이로 단점을 상쇄시켰다.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유서 깊은 뿌리와 과거를 간직한 채 힘든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채 작은 꿈을 이루겠노라고 살아갔다. 이 모습을 담아내는 게 '인 더 하이츠'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민자들의 고충과 불합리에 대한 내용도 살짝씩 나오긴 하나, 영화가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게 아니므로 핵심메시지는 아니다. 이들이 살아가는 삶 속 배경 같은 장치였달까.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러닝타임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득 채운 것만 하더라도 매우 큰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답게 볼거리 면에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돋보였다. 존 추 감독이 전작 '스텝업'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댄스와 노래보단 이민자들의 뿌리와 공동체, 현실적인 이야기를 강조하는 듯 사실적인 단체 군무에 좀 더 힘줬다. 그러면서 후반부 니나와 베니의 독특한 시퀀스로 색다른 맛도 선사했다. 자신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클라우디아의 솔로 넘버도 인상적이었다.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번역이었다. 특히 뮤지컬 넘버에서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를 매끄럽게 번역하지 못한 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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