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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9. 2023

워킹맘 PTSD 유발하는 현실 직장기

드라마 '잔혹한 인턴' 리뷰

결혼한 여성, 워킹맘들이라면 한 번쯤 걱정하게 만드는 '직장생활 PTSD' 육아휴직, 그리고 경력단절. 직장인들의 걱정을 덜어줄 제도들이 신설되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회사는 여전히 눈치를 주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내내 '이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티빙 웹드라마 '잔혹한 인턴'도 워킹맘들을 스트레스받게 만드는 '직장생활 PTSD'를 소재로 삼았다. 직장과 단절된 지 7년 만에 인턴으로 복직한 40대 경단녀 고해라(라미란)의 정글 같은 직장생활 생존기를 그린다.


경력단절과 육아휴직에 대한 이야기는 '며느라기'나 '닥터 차정숙' 등 최근 공개된 다른 드라마에서도 다뤄지긴 했다. '잔혹한 인턴'은 다른 작품들보다도 워킹맘들의 눈물 나는 직장생존기에 초점을 둔 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 직장 입사동기이자 현 회사 상사로 재회한 최지원(엄지원)이 내건 정규직 전환 조건에 내적갈등을 겪는 고해라. 비록 최지원이 제안한 부당한 조건이 극적 효과를 위한 장치로 사용되긴 했으나, '정규직'이라는 단어에 간절하게 매달리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애틋한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눈 여겨볼 부분은, 고해라와 최지원 두 캐릭터 사이에 얽힌 과거 서사다. 정규직 하나만 바라보고 매달리는 경단녀 고해라는 누구보다도 독하게 일했던 워킹맘이었고, 승진을 위해서라면 '임신 포기 각서'도 마다하지 않고 서명하는 등 임신과 육아 고충을 겪는 워킹맘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고해라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일하는 기계' 최지원은 과거 '임신 포기 각서'를 승진 조건으로 내건 전 직장의 부당 대우에 회의감을 드러냈다는 것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는 일에 미쳐서 살았던 두 여성 캐릭터 때문이 아닌 아이를 돌보는 육아를 기업 성장에 방해된다고 취급하는 회사 분위기가 잘못이다. 경쟁사의 '임신포기각서' 사건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회사 간부와 동료들은 육아를 위해 휴직한다는 여직원들에게 툴툴거리거나 불만을 표시하며 눈치 준다. 이 때문에 기혼 여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자체를 자책하며 전전긍긍하는데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핑계 삼아 '도망치고 싶다'는 속마음을 한숨 쉬며 털어놓기도.


드라마가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워킹맘들의 웃픈 직장생활을 살짝 과장해 표현한 부분이나 해피엔딩을 염두한 듯 후반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설정이 걸린다. 이를 감안해도 '잔혹한 인턴'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고군분투하는 이 땅의 워킹맘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공감대까지 불러 모은 데에는 오버하지 않는 코믹과 절로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일상 연기를 선보인 라미란의 활약상이 한몫했다. 여기에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물오른 연기 폼을 선보이고 있는 엄지원과 이종혁, 김원해, 김인권, 김혜화, 이채은, 박경리, 서지후, 김민서 등 출연 배우들이 각자 제 몫을 다하며 맛깔스러운 연기 시너지를 보여주며 볼 맛을 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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