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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03. 2024

잘못 설계해서 대참사가 났네

영화 '설계자' 리뷰

'설계자'에서 빛나는 건 강동원의 '비주얼'이다. 이 말은 즉슨, 영화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설계부터 잘못해서 결국 대참사가 난 꼴이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요즘 개봉한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99분)인데 배우 라인업은 꽤나 화려하다. 강동원을 비롯해 이미숙, 이무생, 이현욱, 김신록, 탕준상, 이동휘 등 연기로는 날고 긴다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탄탄한 배우진이지만, 이 영화의 서사와 소재가 문제다. 팀플레이를 예상하긴 했지만, '선수 입장' 급의 구성으로 '영화 제작 시 하지 말아야 할 요소'를 저지르고 말았다. 소재도 마찬가지다. 부패한 공직자, 영혼을 판 기자, 비자금 논란 등 다른 작품에서 숱하게 다뤘던 소재이기에 기시감이 강하다. 그래도 살인 청부업자로 등장하는 강동원은 그나마 신선하긴 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스릴러 장르의 생명인 긴장감이 점점 느슨해지고 지루함이 짙어진다. 의뢰받은 건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데다,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값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 그래서인지 대사도 투머치하고, 어느 시점부턴 극 중 유튜버들이 전기수처럼 전달한다. 심지어 이들은 비중 있는 것처럼 등장했지만, 막상 기능적 역할에 불과했다.



고증(?) 면에서도 허점이 많다. 초반에 제법 그럴싸하게 설계했던 살인과 달리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우연이 일어나야만 성립되는 허술함이 드러난다. 그래서 반전을 주어도 크게 터지지 못하고, 결말 또한 허망하다. 이걸 보려고 99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나 싶을 정도로 현타를 느낀다.


서사가 부실하니 캐릭터들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정보값에 비해 인물 간 관계성 또한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는 속 빈 '깡통' 케미를 그릴뿐이다. 여러 질문과 의문점을 남기려 애쓰지만, 관객들에게 크게 와닿진 못한다.


'설계자'를 이끌어 갈 주연 배우 강동원의 장악력 또한 아쉽다. 영화 장르나 설정상 주인공에게 몰입해 그가 보고 믿는 것들을 따라가게 만들어야 했으나, 영화 속 영일의 생각과 반응을 따라가기엔 쉽지 않다. 맞지 않은 옷을 입어서인지 좀처럼 몰입할 수 없다. 그나마 이무생, 김신록만 눈에 띄었을 뿐, 다른 배우들도 존재감을 피력하진 못했다.


결국 '설계자'는 설계를 잘못한 바람에 부실한 공사로 인해 와르르 무너지는 대참사를 일으켰다. 게다가 음모론만 잔뜩 늘어놓고는 극을 마무리해 갑론을박만 일으켰다. 여기서 '갑론을박'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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