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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27. 2024

희망의 씨앗이 자라 복수의 열매를 맺다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리뷰

조지 밀러 감독의 말마따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액션에 특화되어 있다면, 9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는 서사에 더욱 힘을 줬다. 그리고 왜 퓨리오사의 과거사를 택했는지도 납득됐다.


'퓨리오사'는 문명 붕괴 45년 후, 황폐해진 세상에 무참히 던져진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 분)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떠나는 거대한 여정을 그린다. 풍요가 가득한 녹색의 땅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자란 어린 퓨리오사가 한쪽 팔을 잃고 시타델 소속 중무장 트레일러인 '전투 트럭(워 리그)'의 조종사가 되는 과정을 총 다섯 장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퓨리오사가 겪는 고통과 슬픔, 빼앗긴 행복과 희망의 서사를 빈틈없이 쌓아가고, 이 과정에서 조지 밀러 감독은 그 어떤 장면도 허투루 소비되거나 낭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드 맥스', 퓨리오사 팬들 입장에선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퓨리오사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모래사막 속 카체이싱 장면 역시 이번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황량한 모래 위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폭풍을 뚫고 벌어지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트럭 추격전은 긴장감과 박진감을 조성한다. 특히 퓨리오사 일행을 공격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띄우는 등 공중전까지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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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로 분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전작에서 퓨리오사 역으로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했던 샤를리즈 테론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개다가 이번 영화 설정상 대사가 거의 없어 쉽지 않았음에도 퓨리오사의 내면을 눈빛만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그는 영화 속 대사처럼 '묵시록의 다섯 번째 기사(암흑의 천사)' 그 자체로 완성시켰다.


퓨리오사 못지않게 반갑고(?) 진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있었으니 전작의 최종 빌런인 임모탄 조(러치 험). 전편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와 결단력, 독단적이고 강인한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 중반부터 퓨리오사와 호흡을 맞추며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잭(톰 버크) 또한 이목을 집중시킨다.


본편 메인 빌런이며 퓨리오사의 삶에 큰 변곡점 역할을 한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 캐릭터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메인 빌런이라고 하기엔 뭔가 무게감이 약하다. 후반부에 디멘투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복수는 종착점이 없는 행위'라는 것을 일깨워주긴 하나 스케일이 큰 액션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김이 샐 수도 있다.


영화 러닝타임상 생략되긴 했으나, 디멘투스의 바이크 군단 대 임모탄 조가 이끄는 시타델의 40일간 황무지 전투가 대사로 넘어간 점도 아쉬웠다. 이외 '퓨리오사'에서 적나라하게 그리는 '야만의 시대'가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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