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Aug 12. 2024

복수의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여정

영화 '리볼버' 리뷰

복수극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시원하고 짜릿한 맛이 일반적이겠지만, 영화 '리볼버'는 다소 다른 결을 띤다. "탕!" 복수의 총알을 한 방 발사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다양한 구성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뢰한'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승욱 감독과 배우 전도연이 약 10년 만에 재회해 눈길을 끈다.


영화 제목만 보면 마치 총기 액션이 난무할 것 같은 복수극을 떠올리게 되고, 실제로 하수영에게 리볼버 권총이 쥐어지면서 '언젠가 저 총으로 누군가를 겨냥해 발사할 것이다'는 예상과 함께 긴장을 놓지 못한다. 그러나 보기 좋게 다른 노선을 보여준다.


교도소에 가는 조건으로 돈 7억과 서울 아파트를 약속받았지만, 출소 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하수영은 연관된 이들을 차례대로 만나며 정보를 수집한다. 정윤선(임지연), 조 사장(정만식), 앤디(지창욱), 신동호(김준한), 본부장(김종수) 등이 정보를 흘리고 이를 추적해 나가는데, 매우 저속으로 나아간다. 이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로드무비처럼 다가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하수영이 되찾기 위해 나선 7억과 서울 아파트는 본부장 말마따나 하수영이 목숨을 걸기엔 '그렇게 큰돈도 아니지만, 무시할 만큼 작은 돈도 아닌 것'처럼 표현된다. 돈 찾기보다도 하수영, 그리고 그와 얽혀있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던 이들은 하수영과 접촉한 이후 미묘하게 관계성이 달라져 균열을 만들어낸다. 각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진 않지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장면 곳곳에 던져주며 아슬아슬한 심리전의 재미를 만든다.



후반부에 모든 캐릭터가 한 장소에 모여 갈등이 본격 발화되면서 재미가 극대화된다. 여기에 조금씩 비튼 대사와 캐릭터성이 의외의 웃음보를 자극하기도 한다. 진득하기만 했던 '리볼버'가 막판에 가면서 다양한 매력을 분출한다.


'리볼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무뢰한'에 이어 영리하게 전도연을 활용하는 오승욱 감독의 '전도연 활용법'이다. 2년 전 하수영을 통해 파랑과 레드가 섞인 보라, 청색과 녹색이 모호한 청록 등 도드라지는 컬러로 부각했다면, 출소 후에는 어두운 의상을 입고 마른 수건처럼 생기를 잃은 무표정의 마른 얼굴을 보여준다. 코 앞에서 휘두르는 야구 배트에도 흔들림 없는 초점 잃은 눈빛과 함께 무조건 전진한다.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이다.


그러면서 투샷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하수영과 '무뢰한'의 김혜경(전도연)을 연상케 하는 정마담의 묘한 워맨스(?), 온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하수영과 임석용(이정재), 진짜 관계가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는 투자 회사 대표 그레이스(전혜진)와 앤디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연기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면서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들이 있어서 '리볼버'의 흡입력을 더욱 끌어올리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건 지창욱의 새로운 모습이다. 그간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지질함을 장착하며 새 얼굴로 갈아 끼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다른 텐트폴 영화들에 비해 '리볼버'가 관객들의 관심까지 명중하기엔 장르나 분위기가 선택받기엔 쉽지 않다. '크로스' 대신에 여름 대전에 내놓은 배급사의 의도를 알겠지만, 모든 관객들을 사로잡기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



매거진의 이전글 매우 뻔한데.. 재미있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