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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16. 2024

박훈정 감독의 뚝심 있는 '뇌절'

드라마 '폭군' 리뷰

'폭군'을 보는 내내 박훈정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과연 그는 어디까지 구상하고 있을까. 박훈정 감독이 만든 결과물의 반응이 좋다면 긍정적인 의미겠지만, '폭군'은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게 문제다.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으로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초 한 편의 영화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극장 불황과 맞물리면서 디즈니+를 통해 4부작 시리즈가 됐다. 그래서 다른 OTT 드라마들에 비해 총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159분이다.


'마녀' 세계관과 연관되어서인지 '폭군'의 전체적인 느낌은 '잘 아는 맛'이다. 인간 아닌 인간을 육성하는 '초인간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폭군 프로그램'을 메인 서사로 전개하면서 '마녀' 시리즈에서 선보여왔던 잘 빠진 콘셉트와 시원한 액션으로 치장했다. '폭군'은 여기서 좀 더 거칠고 잔인함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


단점 또한 '마녀' 시리즈와 닮았다. '폭군 프로그램'을 사수하려는 최 국장(김선호)을 비롯해 임상(차승원), 폴(김강우), 채자경(조윤수), 연모용(무진성) 등 다양한 캐릭터를 초반부에 풀어놓으며 호기심을 유발하나, 서사의 깊이가 허술하다.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전달되기까지 느린 속도로 차곡차곡 빌드업하긴 하나, '알맹이'가 없다.  



영화 한 편을 OTT 시리즈 4편으로 쪼개놓은 부작용도 드러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속도감이 없고 핵심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길다. 그리고 드라마의 핵심요소인 '강력한 엔딩 한 방'도 없어 '다음 편 보기' 누르기를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언제나 그렇듯, '폭군' 또한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작품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시도한다. 특히 차승원과 김선호가 인상적이었다. 차승원이 연기한 임상 캐릭터가 '독전'의 브라이언이 잠깐 생각나기도 하지만, 잔인함을 더한 '정중한 킬러'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재회한 김선호는 전편보다 액션 신은 줄었지만, 건조하고 메마른 얼굴을 드러내며 인상을 남겼다.


김다미('마녀'), 신시아('마녀 Part.2'), 강태주('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이 발탁한 신예 조윤수도 눈길을 끈다. 다만, 그가 연기한 채자경 캐릭터 자체가 '중2병'스러운 느낌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볼 줄 알았지만, 이번에도 박훈정 감독은 뚝심 있게 '뇌절'로 밀고 나왔다. '마녀' 세계관을 키우려는 의도는 잘 알겠으나, 문제는 이를 소비하는 대중이 반길까 하는 게 의문이다. 이미 2편이 전편만큼 관객 스코어나 화제성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작품의 완성도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 말이다. 박훈정 감독의 '빅픽처'가 끝내 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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