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 리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1341만 관객을 동원했던 형('베테랑')만큼은 아니지만, 동생('베테랑2') 또한 능력이 좋다. 이번 추석 개봉영화로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해치를 쫓는 내용이다.
'베테랑'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듯, 오프닝부터 유쾌한 티키타카가 펼쳐진다. 강력범죄수사대가 도박판을 뒤엎는 모습을 그리며 여전한 합을 선보인다. 코미디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꽉 찬 시퀀스로 관객의 마음을 정신없이 사로잡는다.
그러면서 9년 사이에 서도철이 겪은 세월의 흐름을 담아낸다. 임산부를 죽였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전석우(정만식)의 신변을 해치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해치를 추적한다. 그 사이에 사이버 렉카들의 가짜 뉴스로 피해 입은 이주민 여성을 돕는 아내 주연(진경)의 부탁도 들어줘야 하고, 학교폭력에 휩쓸린 아들 우진(변홍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도철의 피로감이 피부로 와닿게 표현했고, 관객들은 이를 보며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전작처럼 오늘날 사회적 문제들을 '베테랑2'에서도 짚어낸다. 사이버 렉카, 학폭 문제 등이 다뤄진다. 인기와 화제를 등에 업고 있는, 선악을 불분명한 실체 불명의 빌런과의 싸움 또한 시의적절하다. 이를 통해 옳고 그름이 불분명한 시대, '정의로움'이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류승완 감독이 전작에 비해 "'베테랑2'는 다크 초콜릿"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다만, 무게감이 느껴지다 보니 1편처럼 오락영화로 즐기기는 어렵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관객들이 딜레마에 갇힐 수 있어 형사들 관점에서 응원하기가 애매하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이들을 표적 대상으로 삼으며 사적제재를 가하는 해치를 안타고니스트로 설정하여 장르적 쾌감을 충분히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이 크게 거슬리는 편은 아니며, 무난하게 넘어갈 수는 있다.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액션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마지막 아트박스 앞 액션 시퀀스까지 인상적인 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냈던 '베테랑'의 속편답게 강렬한 음향 효과와 춤추듯 리듬감이 느껴지는 액션 연기가 어우러져 금세 눈과 귀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빗 속 액션장면은 그간 본 적 없는 액션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전달된다.
9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황정민은 9년 전에 봤던 서도철 그대로였다. 이번 편에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은 그동안 매력으로 어필했던 호감형 이미지와 미소 속에 감춘 서늘함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비릿함까지 갖추며 이목을 끈다. '어이가 없네' 형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지만, 정해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