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리뷰
넷플릭스가 '솔로지옥', '피지컬:100'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예능계를 뒤흔든 메기를 풀어놓았다. 이번에는 이미 철 지나 케케묵은 요소인 쿡방으로 트렌드 선봉장에 서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9월 17일 추석 연휴에 넷플릭스는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을 선보이며, 10월 8일까지 일부 회차를 공개해오고 있다.
사실 '흑백요리사'는 과거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의 메인 콘셉트였던 스타셰프와의 요리 대결, 그리고 쿡방의 대표 아이콘인 백종원이 등판하는 콘텐츠다. 사골 우려먹을 정도로 활용된 요소들의 결합인데도, 2024년 현시점 가장 뜨거운 예능으로 등극했다. 출연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이며, 이들과 연관된 외식, 유통, 식품업계가 '난리났다'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핫하다.
'흑백요리사'가 대세 예능으로 부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대결' 구도 형식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유명 셰프들을 대변하는 백수저, 백수저보다 유명세에선 밀리지만 요리 실력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부심이 강한 무명셰프들이 속한 흑수저 구도. 마치 바둑이나 체스를 연상케 하는 콘트라스트다.
뿐만 아니라, 대중친화적으로 알려진 요식 사업가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 스타 셰프 안성재가 한 요리를 두고 의견 충돌 시 1대 1로 담판 짓는 심사 방식도 대결처럼 보인다는 점. 두 심사위원의 판단 기준과 요리에 대한 방향성이 서로 다른데도 양측 다 설득력이 있어서 흥미롭다.
재야의 셰프 100인이 흑수저 20명으로 선발하는 과정부터 파이널 8이 되기까지 질질 끄는 거 없이 속전속결 빠르게 전개한다. 그러면서 흑수저결졍전, 흑과 백 1대 1 매치, 100인 미스터리 판정단에게 평가받는 팀전, 편의점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패자부활전, 그리고 먹방계 대표 20인을 대상으로 레스토랑 경영하는 흑백 혼합팀전, 최종 8인의 인생요리 등 흥미로운 룰까지 더해지니 백종원의 표현을 빌려 "와~따 재밌구마이" 같은 리액션이 절로 나온다.
군더더기 없이 연출한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의 역량이 돋보였다. 스타 PD 중 한 명인 윤현준 PD 기획에 김학민, 김은지 PD 연출, 모은설 작가까지 불필요한 어그로 없는 구성과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경험했던 경력직들의 내공이 돋보였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의 강한 캐릭터성, 언더독 포지션인 흑수저 셰프들의 약진 또한 다양한 볼거리를 안겨줬다. 흠잡을 데 없는 요리 실력과 열정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마치 '요리 무협'과도 같은 콘셉트까지 보였을 정도.
오늘(8일) 오후에 공개될 '흑백요리사' 남은 회차에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도 궁금하겠지만,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최종 결과에 크게 관심 없어 보인다. 대신 요리 서바이벌에 출격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맛을 볼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제작진의 노림수가 이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의 화제성과 파급력이면, '솔로지옥'이나 '피지컬: 100' 시리즈의 전례를 봤을 때 다음 시즌 제작은 확정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