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뷰
최근 개봉한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들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원작 만화 특유의 비장하고 진중한 분위기, 인물들이 처한 고민과 갈등을 담아 그대로 대중에게 메시지처럼 전달해 주려는 의도가 너무 강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호평받은 여파인지 그 색깔을 고수하기만 급급했다. 그러다 라이벌인 마블 영화과의 인지도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다.
그랬던 DC 영화가 변화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4일 공개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 물꼬를 터뜨렸다. 비슷한 제목 때문에 5년 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후속작이나 리부트로 오해할 이들이 많을 텐데, 정확하게는 별개 작품이고 다시 만든 '리 론칭'이다. 그래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나왔던 할리 퀸(마고 로비)이나 플래그 대령(조엘 킨나만),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를 제외하곤 모두 뉴페이스.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MC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였는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향기가 짙게 배어난다. 쉴 새 없이 던지는 유머들, 레트로 느낌 물씬 풍기는 음악을 배경 삼아 활약하는 안티 히어로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DC 영화 버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제임스 건이 그동안 연령등급 제한으로 얽매여 있던 마블에서 DC로 잠시 일탈하면서 제 스타일을 드러냈다. 속칭 '미쳐 날뛰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었다.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고 멋진 안티 히어로들의 등장으로 이목을 끄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와 몸이 두 동강 나면서 광속 퇴장했다. 웬만한 슬레셔 무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잔혹함 그 자체였고, 이는 러닝타임 내내 이어졌다. 핏빛 난장판 속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화끈함과 폭발력은 적재적소에 등장해 예측불허의 매력을 안겨줬고, 여기에 가끔 튀어나오는 기발하고 발랄한 상상력은 B급 감성을 적절하게 중화시키는 효과로 작용한다.
덕분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성이 한껏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제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던 할리 퀸의 미워할 수 없는 광기가 제대로 발산할 수 있었다. 또 새롭게 등장한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나 랫캣처(다니엘라 멜시오르), 폴카닷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킹 샤크(실베스터 스탤론)는 저마다 입덕할 만한 포인트를 갖췄달까.
다소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들이나 비주류적인 감성이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제임스 건의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동안 과도한 비장함으로 무장해왔던 DC 영화 분위기를 바꿨다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앞으로 DC 영화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