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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9. 2021

안심해요. 국뽕, 신파 모두 없슈

영화 '모가디슈' 리뷰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모가디슈'는 전형적인 클리셰로 범벅되기 딱 좋은 소재들로 가득 찼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이라는 실화를 각색한 스토리라인,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주인공들, 하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남·북한 이야기까지. 관객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예측하는 시나리오로 나오기 쉬운 요소들이다.


자칫 국뽕과 신파로 도배될 수 있는 내용이나 '모가디슈'에서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안심하고 봐도 된다. 쓸데없이 뻗어나갈 염려가 보이는 잔가지들을 적절하게 가지치기한 채 오로지 탈출과 생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초반부는 다른 영화들처럼 주요 등장인물들과 당시 분위기를 설명하는데, 최대한 간략하고 효과적으로 나열한다. 곧바로 내전으로 아비규환이 된 모가디슈와 총성에 붉은 피를 흘리는 소말리아 사람들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특히 웃으면서 총질하는 어린아이들은 지옥 같은 모가디슈를 상징하는 듯하며 소름 끼치기도 했다. '블랙 호크 다운'에 버금가는 참혹함이었다.



자연스레 소말리아 대사관으로 파견된 남·북한 사람들이 지옥에서 탈출해야 하는 명분과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들은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공존하면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상대방을 인식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신성(김윤석)과 림용수(허준호)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양측 최고책임자 위치 다운 현실 외교를 보였다. 반면, 두 사람을 보좌하는 강대진(조인성)-태준기(구교환)는 서롤 의심하고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타 물어뜯으려고 기회를 노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들의 이들의 심리전은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도 충분히 흡인력을 높였다. 네 배우의 열연은 플러스알파다.


대립과 타협 속에서 이들은 결국 생존해야 한다는 목표 하에 손을 잡고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그림으로 이어졌다.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을 막으려고 책과 모래주머니 등으로 테이프질 해 무장한 차량 4대가 벌이는 카체이싱 신은 멋짐보다는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 이탈리아군까지 인정사정없는 총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리고 '모가디슈'의 엔딩은 여운이 남았다. 손쉽게 신파 코드로 눈물샘을 쏙 뺄 수도 있었던 그림인데,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해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유발했다. 흠잡을 데 없는 마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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