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ul 28. 2021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이 놓친 단점

영화 '방법: 재차의' 리뷰

연상호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가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들부터 지난해 여름 개봉한 '반도'까지 직접 써 내려간 스토리라인들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대중이 혹할 만한 구석을 갖추고 있다. 특히 사회적 의식을 담은 메시지를 영민하게 녹여낸다. 이 때문에 연상호 감독을 따르는 마니아들이 양산되는 이유다.


비록 후반부에 한계성을 드러내긴 했으나, tvN 드라마 '방법'도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미디어 매체물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한국 무속신앙 중 사람을 저주하는 방법(謗法)을 끄집어내 선악 구도를 만들며 동시에 사회 정의를 쫓는 이야기로 풀어내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를 영화판 '방법: 재차의'를 제작하며 세계관을 확장했다. 그간 자신이 장기로 내세웠던 좀비('부산행', '반도')를 샤머니즘과 결합해 재차의로 탄생시켰다. 자가복제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겠으나, 확실히 다르다. 주술로 되살아난 이들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두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토속 신상인 두꾼을 끌어들여 판을 크게 키웠다. 디테일함에 혼신을 불어넣은 연상호 감독의 치밀함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재차의들이다. 그중 100명에 육박하는 재차의 군단이 승일제약을 습격하는 시퀀스는 백미. 무섭게 달려오는 이들은 아이돌 칼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덮치고 제압하는 액션신은 가히 훌륭하다. 이어진 터널 카체이싱 신 또한 화려했다. 온갖 무력을 총동원해 제압하려고 해도 꺾이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덤벼드는 재차의들은 어마무시했다. 그래서 진짜 주인공은 재차의들이라고 보는 게 맞다.


재차의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면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것처럼 보이나, 스토리 밀도는 드라마보다 반감됐다. 액션과 블록버스터에 너무 힘을 줬던 나머지, 후반부에 다다르자 모든 힘을 소진한 듯 허무하게 수습하며 끝맺음했다. 스토리텔링에 재능을 드러냈던 연상호 감독의 뒷심이 아쉽다.


또 '방법: 재차의'는 일반 관객들이 다가가기엔 진입장벽이 제법 높다. '방법'을 이끌어갔던 임진희(엄지원)와 백소진(정지소) 간 관계성이 그 예다. 드라마에서 이들의 활약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두 사람 간 관계성이나 중반부부터 백소진이 갑자기 등장해 활약하는 모습이 다소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상 영화와 드라마를 분리한 듯 범죄오락액션으로 탈바꿈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와 비교한다면 진입장벽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드라마를 즐겨봤던 마니아들에게 이 영화의 아쉬움을 꼽자면, 12회 내내 강력한 아우라를 발산하며 휘어잡았던 빌런 진경(조민수) 같은 캐릭터가 '재차의'에는 없다. 그저 임진희-백소진의 재회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1년 기다렸는데, 조금 아쉬운 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