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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0. 2021

늙어가는 것도 충분히 무서운데

영화 '올드' 리뷰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고 말했다. 탄생과 죽음 사이 펼쳐진 삶에서 인간은 수많은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생명을 얻고 태어났어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안다. 결말을 알면서도 인간은 항상 죽음에 대한 걱정과 공포를 느낀다.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의 신작 '올드'는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불안함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소화한 영화다. 나이트 M. 샤말란이 처음으로 원작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올드'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휴양지 리조트를 찾은 가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가족과 일부 관광객들은 리조트 매니저가 추천한 사유지 해변에서 휴식을 즐기던 중 바다에서 떠밀려온 여성 사체를 발견하고 동시에 알 수 없는 현상을 겪게 되는 내용이다.  



11살짜리 매덕스(알렉사 스윈튼)와 6살 트렌트(놀란 리버) 남매는 반나절 만에 어른이 되고, 파도에 떠밀려 온 시체는 삽시간에 30년 넘게 부패된 상태로 변했다. 그러다 하나둘 죽음을 맞이한다. 뒤틀린 시간으로 인한 급격한 노화 현상에 인물들은 공포에 질리고 불안에 떤다. 이는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올드'는 해변에 갇힌 사람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유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거치며 겪게 되는 일생의 경험을 차례차례 조명하며 보는 이들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세하게 하나하나 뜯어보면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데도 '올드'는 그 매력을 100% 발산하질 못했다. 이는 삶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 탈출과 급노화로 긴박감을 주려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성격,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잘 섞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점점 몰입도를 떨어뜨리며 산만함을 유발했다. 


 또 긴박한 탈출 분위기에 비해 잔잔한 파도처럼 느릿하게 흘러가는 전개와 모험보단 안정성을 택한 결말이 '올드'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특히, 후반부 깜짝 반전처럼 등장한 신은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이 어떠한 의도로 담아내려고 했는지 다소 납득하기 힘들었다. 노화와 죽음이 선사하는 공포에만 집중했더라도 허탈한 맛이 남지 않았을 텐데, 애매하게 여러 군데 발을 얕게 담근 결과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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