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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04. 2021

점점 맛없는 고구마 될까 걱정되네

드라마 '종이의 집' 시즌5 파트1 리뷰

(※ '종이의 집' 시즌1~시즌4 후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3일 일부 공개된 '종이의 집' 시즌5는 시즌4에 이어 교수(알바로 모르테)를 중심으로 한 붉은 강도단이 스페인 국립은행의 금고를 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기본 골격인 강도에 최대한 집중해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종이의 집'은 전개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케이퍼/하이스트 장르가 범죄행각을 벌이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곤 있으나, '종이의 집'은 독창적인 계획만큼 금고털이에 참여한 인물들 면면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예를 들면 교수 일당이 범죄를 벌이기 전인 기획단계부터 정한 규칙들이 있으나, 실전 투입된 뒤 크고 작은 변수들이 발생하고 여기에 강도단의 심리나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성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또 틈날 때마다 플래시백을 활용해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 이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 개성을 한껏 살렸다. 


그 때문에 주역들이 범죄자들인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들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부정이나 빌런처럼 느껴지는 인질에 분노하는 등 과몰입하게끔 만들었다. 목표지향주의와 속도감을 선호하는 국내 시청자 정서에게 생소한(붉은 강도단이 추구하는) 범행 중 자유와 사랑, 권력욕, 그리고 내분 등을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맛있는 고구마"로 평가받던 '종이의 집'은 조폐국(시즌1~시즌2)에 이어 국립은행 강도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시즌3로 돌아왔다. 이전보다 더 큰 큐모의 계획으로 스케일은 당연히 확장됐고, 강도단에 합류한 인물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은행 밖에서 이들을 상대하는 경찰, 군인 세력도 더욱 막강했다. 겉면은 확실히 달라진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종이의 집' 고유의 매력은 되려 퇴보하는 느낌을 가져다줬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 여파인지 이들 한 명 한 명에 지나치게 할애해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려는 뉘앙스가 강했다. 그러나 이전 시즌처럼 플래시백을 남발했고,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계속 갈등과 내분 요소를 투입했다. 그 여파로 전체적인 흐름이 느슨해졌고, 긴장감 또한 기복이 발생했다. 그 결과 시즌3와 시즌4는 초반에는 루즈하다가 뒤로 흘러가서야 몰아치는 패턴이 됐다. 현재 방영 중인 '펜트하우스' 시리즈처럼 다음 시즌을 위해 늘려놓은 시즌이었달까. 


시즌5 1회에서 5회까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종장을 선언해서인지, 국립은행을 전쟁터 삼아 붉은 강도단과 군인 간 벌이는 전쟁이 주류가 됐다. 이들과 싸우는 강도단은 최고 권력을 상대로 자유를 투쟁하는 레지스탕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어 억지로 배치한 느낌도 든다. 교수를 중심으로 표현했던 치밀함은 예전 같지 못했다. 이번 시즌서 가장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교수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던 알리시아(나화 님리)도 맥이 빠진 채 마무리된 느낌이다. '맛없는 고구마'다.


아직 연말에 공개 예정인 시즌5 후반부가 남아있다. 그렇기에 속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앞서 보여준 방식대로 큰 흐름을 위한 작은 흐름들을 구구절절하게 보여준다면, '뒤로 갈수록 아쉽다'는 평을 받을 지도.


시즌1~시즌4: ★★★

시즌5 1~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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