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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01. 2021

뻔한 서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기적

영화 '기적' 리뷰

예고편만 보고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코미디 가족영화일 줄 알았는데, 뒤에 반전이 있을 줄이야.


올 추석연휴 영화로 개봉을 앞둔 '기적'은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인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주민들 손으로 세워진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 삼아 이장훈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만 봤을 땐,  영화는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는 없었다. 쉽게 예측 가능한 뻔한 구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내내 등장인물  갈등이 있거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는 따로 없었다. 게다가 '기적'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도 없다. 그간 봐왔던 웃음과 감동 코드를 노린 연휴용 한국영화와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초·중반 서사를 담당하는 준경(박정민)과 라희(임윤아) 간 이야기는 전형적인 첫사랑 클리셰로 기시감이 느껴졌다. 입학식부터 눈에 띄었던 준경에 끌린 라희는 관심을 얻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준경이 청와대에 간이역을 지어달라는 편지를 매개체 삼아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다소 뻔했다. 극 중 배경이 1986년이다 보니 '응답하라 1988'스럽기도 했다. 뻔한 그림인데도 두 캐릭터가 빚어내는 코믹 요소는 소소하게 웃음을 안겼다.


그러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영화 분위기는 준경이네 가족사와 더불어 그가 왜 간이역 짓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가 나오면서 반전된다. 먹먹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장훈 감독은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연출했던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낸다.


주인공인 박정민은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력으로 휘어잡는다. 초반부에 다소 뜸했던 준경 아버지 태윤을 연기한 이성민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현실 부자 케미 그 자체였다. 여기에 준경의 누나 보경 역을 맡은 이수경이 도드라진다. 웃음과 감동코드를 적절하게 균형맞추면서 두 배우와 멋진 합을 이끌어낸다. 울컥하게 만드는 포인트도 이수경이 상당지분 차지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적' 스토리라인만 놓고 본다면 크게 매력이 없고 기시감 들어 보는 이들에게 호불호를 안기기 충분하다. 그러한 양날의 검을 배우들이 '호감'으로 이끌어내는 기적을 일궈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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