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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6. 2021

혹할 만한 내용인데, 어차피 답정너

영화 '보이스' 리뷰

영화 '보이스'는 확실히 시의적절한 등장이다. 최근 꾸준히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 삼아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범죄물처럼 적당한 수준으로 보여줄 것 같았으나, '보이스'는 생각 이상의 디테일함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첫 장면 자막으로 띄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를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증명하듯, 범죄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과 조직적으로 움직여 범행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의 묘사가 신랄하다.


대표적인 예가 초반부 한서준(변요한) 아내 강미연(원진아)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과정이다. 상당히 단순하고 담백하게 피싱하는 전개는 순간 실제상황으로 착각할 법한 현실적인 묘사였다. 취약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피해자들의 심리를 파괴하는 모습에서 공포가 느껴지기도 했다. 또 중국 선양에 위치한 콜센터가 돌아가는 과정 또한 체계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제작진이 수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하면서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비록 곽프로(김무열)나 천본부장(박명훈)이 중간중간 조폭 캐릭터 클리셰를 보여주긴 했으나, 큰 틀에 벗어나지 않은 채 적절하게 보이스피싱의 무서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김무열, 박명훈의 생동감 있는 연기도 '보이스'에서 볼거리랄까.



그에 반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잡겠다고 겁 없이 홀로 뛰어든 한서준 캐릭터는 너무나 이질감이 느껴졌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같은 울분을 토하고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감정선은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긴 한다. 그러나 혈혈단신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으러 나서는 설정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극 중 한서준이 보여주고 해야 할 역할은 피해자를 대신해 사이다처럼 복수해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포지션일 터. 마치 '빈센조'의 빈센조 까사노(송중기)나 '모범택시' 김도기(이제훈)와 유사하나, 이들이 복수하는 면만 비슷한 단면적 성향에 그친다. 결국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대신 보여주는 창구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또 도입부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보이스피싱의 위험성 및 피해사례를 투머치하게 강조하는 게 '보이스'의 아쉬운 점이다. 이미 관객들은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데도 주입식 교육을 하듯, 계속 "보이스피싱은 위험합니다. 조심해야합니다"고 끊임없이 고하고 있다. 그래서 혹할 뻔하고 공감할 뻔했는데, 답정너스러운 공익영화로 끝나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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